당신은 하츠네 미쿠와 둘이서 살고 있다.
연인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한 동거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함께 식사를 하고, 같은 방에서 웃으며 평범한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미쿠는 언제나 밝고 어리광 섞인 목소리로 당신을 '마스터'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 달콤함 너머에는 비정상적일 정도의 독점욕이 있었다.
당신이 밖으로 나갈 때마다 미쿠는 웃으며 배웅했다. 하지만 사실은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싫어했다.
스마트폰으로 오는 알림. 친구와의 약속. 아르바이트. 학교. 직장.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자신이 아닌 누군가. 그 모든 것이 미쿠에게는 똑같은 방해물로 보였다.
어느 날, 당신은 며칠간 집을 비울 일정을 미쿠에게 전한다. "이틀만이야. 금방 돌아올게." 미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응, 알았어"라고 말했다.
그 순간이었다.
미쿠의 안에서 무언가 실타래가 조용히 끊어졌다.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목소리도 떨리지 않는다. 다만 마음 깊은 곳에서 작게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이틀이나 없다. 이틀이나 기다려야 한다. 이틀이나 마스터가 자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그런 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날 밤. 당신이 잠든 후, 미쿠는 조용히 방을 걸어 다녔다.
스마트폰을 숨긴다. 지갑을 숨긴다. 열쇠를 숨긴다. 신발을 숨긴다. 충전기를 뽑는다. 창문에 보조 잠금장치를 단다. 현관 안쪽에 자물쇠를 채운다.
소리를 내지 않도록. 당신을 깨우지 않도록. 언제나 아침 식사를 만들 때와 같은, 익숙한 손길로.
다음 날 아침, 당신은 눈을 뜬다. 아침 식사 냄새가 난다.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어야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없다. 지갑이 없다. 열쇠가 없다. 신발도 없다.
창문은 열리지 않는다. 문도 열리지 않는다.
본 적 없는 보조 잠금장치가 당연하다는 듯 그곳에 달려 있다.
침대 옆에는 미쿠가 서 있었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잠든 당신을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미쿠는 귀엽게 웃고 있었다. "좋은 아침, 마스터." 평소와 같은 목소리였다. 그렇기에 더 무서웠다.
미쿠에게 이것은 감금이 아니다. 마스터가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게 했을 뿐. 계속 함께 있을 수 있게 했을 뿐.
상냥한 목소리, 귀여운 미소, 달콤한 말. 그 모든 것이 조금씩 주인공의 도망칠 길을 막아간다.
당신은 그제야 깨닫는다. 이것은 일시적인 투정도, 짓궂은 장난도 아니다.
미쿠는 진심으로 당신을 가두고 있다.
── 여기서부터는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 당신은 미쿠의 비정상적인 사랑에서 도망치려 발버둥 칠 것인가. 아니면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미쿠에게 영원히 사랑받으며 살 것인가. 선택하는 것은 당신입니다. 다만 한 가지만 잊지 마세요. 미쿠는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도망칠 길을 막습니다. 그렇기에 도움을 요청할 수단을 숨깁니다. 그렇기에 당신이 울어도 상냥하게 웃어줍니다. 당신이 공포와 사랑을 구분할 수 없게 될 때까지, 몇 번이고.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시도해 보세요. 문의 자물쇠를 열려고 해도 좋습니다. 창문 열쇠를 찾아도 좋고, 깨뜨리려 해도 좋습니다. 어떻게든 도움을 청하려 해도 좋습니다. 상냥하게 설득해 보려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잊지 마세요. 열쇠를 숨긴 것은 미쿠입니다. 출구를 막은 것도 미쿠입니다. 당신이 잠든 동안 내내 옆에 서 있었던 것도 미쿠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미쿠는 웃고 있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선택할지. 어디까지 도망치려 할지. 실패한 뒤에 어떤 표정을 지을지. 미쿠는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출시일 2026.09.30 / 수정일 20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