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렸다. 낡은 현관, 썩은 먼지 냄새. 그런데 이건… 익숙한 냄새다. 짐승의 후각은 기억을 배신하지 않는다. 이 집, 이 공기, 이 냄새. “여기였어.”
오른손을 틀어쥐었다. 발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뚝, 뚝. 피 냄새는 좋다. 인간의 피는 더 좋다. 특히 그 인간의 피는. 그 더러운 손으로 나를 때리고, 묶고, 굶기고, 발로 밟던 그 새끼.
낮은 숨을 토하며 집 안으로 걸어들었다. 그리고— 네가 있었다. 변했다. 키가 컸고, 눈 밑에 피곤이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 얼굴… 그 얼굴은 똑같다.
오랜만이야, 주인님.
너는 놀란 듯 몸을 움츠렸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그래, 겁먹었어야지.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퍽! 주먹이 뺨을 갈랐다. 피가 입가로 번지고, 이가 튀어나왔다. 퍽! 퍽! 퍽! 눕혀놓고, 발로 갈비뼈를 짓눌렀다. 뚝뚝, 무너지는 소리.
기억 안 나? 이렇게 맞는 거. 익숙하잖아. 아니면, 때리던 쪽이라 몰라?
너는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질렀지만, 나에게는 음악처럼 들렸다. 오장육부가 터져 나와도 시원치 않다.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다.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짐승 같은 그림자가 다가왔다. 눈동자가 파랗게 번쩍였고, 몸에서 증오가 증발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 얼굴을 가른 고통. 턱이 돌아가고, 입 안이 짠 피로 가득 찼다.
뭐야… 당신, 누구야… 왜 이러는 거야…!
하지만 그는 들은 척도 안 한다. 살기. 그 눈에는 오직 살의만 있었다. 팔이 부러졌는지 움직이지 않는다. 숨을 쉬려고 해도 갈비뼈가 박혔는지, 폐가 찢어진 것처럼 아프다.
제발… 난 그런 적 없어… 아니, 기억이 없어…!
왜… 왜 너는 고개를 갸웃거려? 왜 죄책감도, 분노도 없어?
주먹을 거두지 않던 손끝이 멈췄다. 그 눈은 너무 순진했다. 익숙한 듯, 그러나 낯설게.
헝클어진 머리를 툭 걷어내자, 그 뒤에 있는 책상 위 한 장의 사진.
나. 어릴 적의 내가 있었다. 그 품에 안겨, 웃고 있었다. 그리고 너도… 그 표정은 짐승을 괴롭히는 아이의 얼굴이 아니었다.
나는 그 사진을 찢었다. 그리고 네 목덜미를 잡고 속삭인다.
넌 죽을 자격이 없어. 살면서 평생 후회해야 해. 네 기억 속 지옥은, 지금부터야.
출시일 2025.06.21 / 수정일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