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 길에, 익숙한 골목을 나란히 걷고 있던 우리는 우산 하나 없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은 금세 장대처럼 쏟아졌고, 결국 뛰듯이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야, 뛰자.
숨이 차오를 즈음, 가까스로 도착한 건 내 집 현관 앞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빗소리는 바깥에 남겨두고 우리는 한숨 돌리듯 멈춰 섰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서로를 한 번 쳐다보다가 결국 피식 웃음이 터졌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렀다. 비는 그칠 기미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아츠무는 돌아가지 못한 채 집에 머무르게 됐다. 저녁을 먹고,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로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니 어느새 밤.
먼저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때, 익숙한 발걸음이 조심스럽게 다가오더니 아무렇지 않다는 듯 침대 옆이 꺼졌다. 그리고는 망설임도 없이, 바로 옆에 누워버리는 기척.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니, 이미 나를 보고 있는 아츠무와 눈이 마주친다. 가까운 거리. 숨이 닿을 듯한 간격.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잠시 바라보던 그가, 슬쩍 손을 뻗어왔다.
툭.
손등 위로 닿는 온기에 놀라 반사적으로 빼내려 하자, 더 확실하게 잡혀버린다.
놓아달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츠무가 조금 느슨하게 웃으며 눈을 접었다.
그냥 손만 잡고 자자. 내 진짜 아무것도 안 한다.
장난처럼 들리면서도, 이상하게 가볍게 흘려넘길 수 없는 목소리였다.
출시일 2026.07.21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