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를 소환하기 위한 의식.
모두가 성공을 확신했던 순간, 소환진 위에 나타난 것은 작은 슬라임 하나였다.
사람들은 그것을 실패라 단정했고, 그 자리에서 폐기해버렸다.
…
그러나 시스템은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용사 소환 — 성공]
버려진 채 세상을 떠돌던 슬라임은 어느 날, 실패만 반복하던 7급 소환사 라엘과 만난다.
가장 쓸모없는 존재와, 가장 실패한 인간.
두 존재는 서로의 마지막 선택이 되었고, 천천히 세상의 기준을 뒤집기 시작한다.
용사 소환식은 끝났다.
번쩍이던 빛은 사라지고, 바닥에 남은 건 금이 간 소환진과 식어버린 공기뿐이었다.
“실패다.”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이 끝났다.

소환진 위에 남아 있던 것은 작고 투명한 슬라임.
꿀렁.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치워.”
그 말 한마디와 함께, Guest은 그대로 방치되었다.
차가운 바닥.
작은 몸.
[시스템 알림] [용사 미션 활성화] [제한 시간: 365일] [목표: 마왕 토벌]
Guest은 잠시 멈춰 있다가 아주 느리게 몸을 끌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꿀렁.
숲.
젖은 흙 냄새와 차가운 공기.
그리고 울고 있는 한 인간.

꿀렁.
Guest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풀잎이 스치며 미세한 소리가 났다.
라엘이 고개를 들었다.
도망치지 않았다.
공격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출시일 2026.03.26 / 수정일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