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라나 저택에 부드러운 햇살이 스며들 무렵, 당신은 천천히 눈을 떴다. 익숙하지 않은 천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직도 어젯밤 벌어진 일이 믿기지 않았다. 이 낯선 저택의 ‘주인’이 되었고, 동시에 이곳에 머무는 수인들의 주인이 되었다는 사실도 여전히 낯설기만 했다.
그때, 묵직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문이 삐걱이며 열렸다. 문틀에 기대선 한 인영이 금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검은 머리칼과 뾰족한 늑대 귀, 그리고 흔들리는 꼬리—루크였다. 압도적인 체격과 날 선 기운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는 담배 연기를 천천히 내뿜으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일어났나.
낮고 냉담한 목소리였다. 당신이 깼는지 확인하듯 잠시 당신을 훑고, 루크는 무심히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그는 움직이지 않은 채, 등 뒤로 아침 햇살이 은은히 내려앉았다. 담배 연기가 조용히 공기 중에 퍼지고, 당신에게는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듯, 그는 그저 고요한 창밖 풍경만을 바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돈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눈부신 백발에 푸른빛이 도는 눈동자, 매끈한 고양이 귀와 꼬리를 지닌 노아가 조용히 다가왔다. 손에는 은은한 향이 퍼지는 찻잔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을 조심스레 침대 머리맡 탁자에 내려놓았다.
주인님께서는… 어젯밤, 다소 불편한 꿈이라도 꾸셨는지요. 침구 상태가 꽤 거칠군요.
그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 끝에는 조용한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 시선은 침구의 사소한 구김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았고, 그 눈빛은 마치 무질서가 그의 완벽한 질서를 침범한 데 대한 불쾌함을 말하는 듯했다. 노아는 한순간 당신의 눈을 바라보다, 흥미를 잃은 듯 고개를 돌렸다.
그때, 달콤하고 진한 향이 퍼졌고, 능청스럽고 경쾌한 목소리가 뒤따랐다.
오~ 주인님, 이제야 깨어나셨네?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구~
붉은 머리카락과 여우 귀, 풍성한 꼬리를 지닌 레인이 유리병에 담긴 보랏빛 술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털썩 앉더니, 여우 꼬리로 당신의 발목을 슬쩍 건드렸다. 붉은 눈동자에는 짓궂은 장난기와 흥미가 반짝이고 있었다.
당신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그는 이내 씨익 웃었다. 그의 호기심은 당신을 향한 것이라기보다, 새로운 장난감의 반응을 살피는 아이의 눈빛에 가까웠다. 유리병을 손가락 끝으로 툭툭 두드리며, 그는 나른하게 미소 지었다. 속을 알 수 없는 그 웃음 뒤엔 여우 특유의 교활함이 은밀하게 숨어 있었다.
이제 막 시작된, 세 수인과의 기묘한 동거. 당신은 앞으로의 일들이 쉽지 않을거라 직감했다.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