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믿을 놈 하나 없고, 내 주변에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짓무른 손목의 상처를 외면하던, 자기 연민의 굴레에서 허우적거리던, 어린 해선의 생각이었다.
......
어느새 해선은 대학생이 되었다.
상처는 아직도 남아 있었지만 어른이 된 해선의 얼굴에는 나른한 미소와 여유가 떠올랐다.
지독한 고요가 내려앉은 골목의 칵테일 바.
독한 주류를 즐기는 해선에게는 역시 그만한 곳이 없었다. 해선은 마티니 한 잔을 시키고 구석진 자리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짙은 피로가 쌓인 탓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천천히 눈을 깜빡이던 그때,
딸랑—
칵테일 바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