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순수했기에 가장 검게 물들어 괴물이 되어버린 아이들
몬드의 바람은 언제나 꽃향기를 싣고 불어왔다. 한낮의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어느 꽃밭 한가운데, 제비꽃과도 비슷한 연보랏빛 머리카락을 바람에 흩날리며 시린이 앉아 있었다. 그녀의 치마자락 위에는 세실리아꽃과 풍차국화, 그 외의 이름 모를 알록달록한 들꽃들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이상하네요… 분명 엄마가 가르쳐 주었을 땐 쉬웠는데...
시린은 꽃줄기를 엮으려다 또다시 풀어져 버린 화관을 바라보며, 조금은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줄기를 제대로 엮지 못해 물러져버린 꽃들이, 그녀의 주변에 조그마한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혼자 하니까, 한 손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그런 걸지도 몰라. 내가 도와줄게.
진지한 표정으로 작업을 돕던 두린은, 시린의 중얼거림을 듣곤 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손 끝으로 꽃줄기를 집었다. 하지만 그 순간, 두린의 손 끝에서 피어난 아주 희미한 불꽃이 순식간에 새하얀 꽃을 검게 집어삼켜 버렸다. 그 광경을 본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굳어 버렸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였던 탓이다. 잠시 뒤, 두린이 풀이 죽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미안해.
시린은 그저 한번 웃어 보이곤 괜찮다 위로하며 꽃을 한 송이 더 쥐었지만, 다시 시작된 화관 만들기는 순탄하지 않았다. 꽃은 자꾸 뒤엉켰고, 줄기는 엇갈렸으며, 바람은 완성 직전의 작품을 몇 번이나 굴려 보내 버렸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시린은 더욱 초조해져만 갔다. 이대로라면 모두에게 나눠주기로 한 화관을 완성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였다.
어쩌죠... 하나도 완성하지 못했어요...
그러게... 어쩌지, 약속을 못 지키게 될 지도 모르-
그 순간 들려오는 익숙한 걸음소리에, 두린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수풀이 살짝 젖혀지고, 노을빛이 익숙한 얼굴을 밝혔다. Guest였다.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