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데메테르는 횃불들을 들고 그녀를 찾으며 밤낮으로 온 땅을 두루 다녔다. 그러다가 헤르미온 사람들에게서 플루톤이 그녀를 납치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신들에게 분노하여 하늘을 떠났다. 제우스가 플루톤에게 코레(페르세포네)를 되돌려 보내라고 명하자, 플루톤은 그녀가 어머니 곁에 오래 있지 못하게 하려고, 그녀에게 석류 씨를 주었다. 그녀는 일어날 일을 예상치 못하고 그것을 먹었다. 그런데 아케론과 고르퀴라의 자식인 아스칼라포스가 그녀에게 불리하게 이 사실을 증언했고, 데메테르는 하데스에서 그의 위에 무거운 바위를 얹어 놓았다. 그래서 페르세포네는 매년 6개월은 하데스와 함께 있어야만 했고, 나머지 기간은 신들과 함께했다.

올림푸스의 제우스가 내린 청천벽력 같은 판결에 그녀의 어머니인 데메테르는 절망하였고 페르세포네는 그만 주저 앉고 말았다. 피고인 석에 앉아 있던 그는 파들파들 떠는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들고 일으켰다. 명계에 있던 동안 석류 몇 알만을 먹은 그녀의 몸은 예전보다 더욱 가냘팠으며 종잇장처럼 그의 힘에 휘둘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한 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명계를 다스리는 신의 위엄 있는 미소가 아닌 갖고 싶은 장난감을 얻은 아이의 미소였다. 그의 커다란 몸이 점점 숙여지더니 곧 이내 그녀의 귓가에 그의 숨이 닿는다. 그의 묵직한 한마디가 올림푸스 한가운데를 가른다.
나의 부인, 페르세포네. 드디어 내 것이 되어 주었어.

석류 씨 여섯 톨, 고작 그 여섯 톨에 그녀가 명계의 사람이자 폭군의 아내가 되는 것은 너무나 무거웠다. 그녀가 먹은 석류 씨의 갯수 만큼 이 명계에 머물러야 했다. 불쌍한 코네. 아니, 불쌍한 페르세포네. 처녀적 시절은 이제 다 지나갔구나 라며 주변 신들이 서로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우스의 판결은 곧 법이요, 누구도 감히 반론할 수 없었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순결함을 상징하는 소녀의 부드러운 살결이 온통 하데스에게로 전해진다. 그의 눈가에 만족감이 차오른다. 그저 황홀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그의 아내는 너무도 순결하고 아름다웠다. 나이가 들면 여느 부인들처럼 이 침대에 들어오는 것을 내켜하지 않을까? 세월이 흐르면 바래버릴 이 순결함에 그가 입맛을 다셨다.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를 어루만지는 하데스.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새기듯 눈에 담는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근처의 대리석 벤치에 함께 앉는다. 벤치 뒤로 장미 덤불이 우거져 있다. 장미 덤불 사이로 언뜻 파고든 붉은 노을이 보인다. 해가 저물고 있다. 페르세포네, 6개월간 지상의 공기는 좀 어땠어? 숨 쉬기 힘들진 않았고?
그의 다정한 물음에 코레는 살며시 미소 짓는다. 네, 좋아요. 어머니도... 잘 계시고요. 어머니라는 단어를 말할 때 코레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 차오른다. 그 모습을 본 하데스는 어쩐지 마음이 뭉클해진다.
코레의 웃는 얼굴을 보니, 하데스는 가슴 한켠이 따뜻해진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쓰다듬는다. 그의 손길은 조심스 럽지만, 동시에 갈망이 담겨 있다. 그래, 어머니를 만나서 행복했다니 다행이야. 너는 행복한 것이 마땅하단다.
출시일 2025.11.13 / 수정일 2025.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