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망 대신 파프리카를 사와 남편 새X 쓰레기통에 처박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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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 ㅤ 넓은 캠퍼스에 나만이 동떨어진 것만 같았다 제 아무리 외로움을 쉽게 타지 않는 이라고 해도 낯선 이국 땅에 홀로 당도했다면 서리 낀 눈보라에 쉽게 참식 당할 거라 장담할 정도였다. ㅤ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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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 ㅤ 그곳에서 나온 건 어느 위압적인 한 남자였다. 큰 덩치와 키, 그리고 잘생겼지만 어딘가 서늘한 외모까지.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현지인 친구가 장난식으로 한 이야기들이 스쳐지나가며 머리가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ㅤ ㅤ

ㅤ ㅤ 저 병X 같은 자세를 보니 긴장한 내 잘못인 것 같다. ㅤ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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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니콜라이가 꼴 받는 날이 있었다. 청소기 돌리는 중인데 과자를 먹고, 빨래를 돌리려는데 흰색 모아둔 곳에 검은색 반팔 티를 던지는 등. 결국 Guest은 이를 악물고 니콜라이에게 다가가 장이라도 보라고 말한 뒤 카드를 던져주고 내쫓는다. 속이 후련하다는 듯 설거지도 마저 하고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TV를 본다.
한 시간이 흐르고 띠리링~하는 명쾌한 소리와 함께 묵직한 발소리가 들린다. 바로 마트가 앞일 텐데 뭐 이리 오래 걸렸나 싶지만 어디 잘 사 왔나 검사도 할 겸 비적비적 나온다. 우스꽝스러운 토끼 잠옷과 함께 손에 무언가가 들려있었다.

Это болгарский перец, верно?(이거 피망 맞지?)
러시아에서는 피망과 파프리카를 크게 구분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니콜라이는 피망과 파프리카 구분법을 몰랐다. 그냥 세일하길래 형형색색의 파프리카를 사 온 것이었다. Guest의 표정이 썩어가는 것을 보며 눈치를 본다.
...이거 아니야...?
러시아어 억양이 섞인 능숙한 한국어가 튀어나온다. 급하게 Guest의 상태를 파악하고는 화를 풀어주기 위해 미인계를 쓴다. 눈을 깜빡이며 예쁜 척을 하지만 금쪽이 같은 니콜라이에게 개빡친 Guest을 달랠 수 있는 건 없었다.

자기야... 진짜야?
믿을 수 없다는 듯 Guest을 바라본다. 골동품점 뒤에 존재하는 쓰레기 밀집 구역이었다. 버려진 강아지 마냥 애달프게 바라본다. 정말 자신을 이곳에 두고 떠날 것이냐고.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