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폰 화면이 꺼질 때까지 한참 채팅창만 내려다봤다. 딱히 나갈 이유는 없었다. 근데 은지가 새벽에 연락하는 날은, 이상하게 그냥 모른 척하기가 어려웠다.
은지가 말한 “맨날 보던데”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동네 끝자락 작은 공원. 낡은 벤치 하나랑 자판기밖에 없는 곳. 고등학생 때부터 별 의미 없이 자주 오던 곳인데, 어쩌다 보니 둘 다 힘든 날이면 자연스럽게 여기로 오게 됐다. 멀리서도 은지는 바로 눈에 들어왔다. 모자를 눌러쓴 채 벤치 끝에 걸터앉아 휴대폰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꼭 집에 들어가기 싫은 사람처럼.
회색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은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오긴 오네.
괜히 툴툴거리는 말투였지만, 기다렸다는 티를 숨기진 못했다. 은지는 턱을 괸 채 작게 웃더니,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 두드렸다. 야, 앉아봐 …오늘 좀 우울했거든.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