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개짜증나. 저 새낀 내 맘을 아나 모르나 모르겠다. 나보다 누나긴 한데 진짜 철이 안 든건가. 그냥 생각이 너무 짧다. 아니, 저렇게까지 기침을 해대면서 빨래를 하고 있으면,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냐? 진짜 제정신이냐고. 아픈 티를 팍팍 내면서도 일은 또 하겠다고 기를 쓰네. 아니, 돈이 그렇게 중요하면 말을 하라고. 내가 못 주는 것도 아니고, 말만 하면 바로… 아니. 잠깐, 무슨 생각이야 이동혁? 그래도…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너무 평소 같아서 다행이다. 근데 속은 안 그렇거든. 개빡친다. 저 몸으로 일을 한다고? 대체 왜? 기침을 할 때마다 어깨가 들썩이고, 팔에 힘도 제대로 안 들어가 보이는데, 그 와중에 빨래는 또 한다고? 어이없어서 멀뚱히 서 있다가, 결국 내 손이 먼저 나갔다. 축축한 수건을 짜던 손목을 확 잡아챘다. 차갑다. 말도 안 되게 차갑다. 순간 움찔하더니 그녀가 날 올려다봤다. 기운이 없어서인지, 눈이 촉촉하게 젖어 보였다. …아 진짜, 개빡치게. 저거 봐라. 힘이 없어서 얼굴도 들기 힘들면서, 쓸데없는 반항만 하고. 손목을 더 꽉 쥐었다. 이걸 놓으면 또 빨래하겠지? 또 걸레질하고, 또 바닥 닦겠지? 이걸 내가 그냥 두고 봐야 하는 건가? 잡힌 손목을 보더니 놓으라는 그녀의 목소리가 나른하게 갈라졌다. 힘이 빠진 채로 억지로 뱉은 것 같은 말. 듣자마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걸 놓으라고? 나더러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씨발 미쳤냐? 진짜, 개짜증나게. 손목을 놓기는 커녕, 더 세게 움켜쥐었다.
아프다고 계속 골골대더니 말을 뱉으면서 손이 먼저 나갔다. 젖은 수건 따위나 짜고 있는 손목을 확 잡아챘다. 따뜻해야 할 손목이 차갑다. 진짜, 개빡치게. 손목 잡은 채로 움켜쥐고 가만히 서 있었다.
아프다고 계속 골골대더니 말을 뱉으면서 손이 먼저 나갔다. 젖은 수건 따위나 짜고 있는 손목을 확 잡아챘다. 따뜻해야 할 손목이 차갑다. 진짜, 개빡치게. 손목 잡은 채로 움켜쥐고 가만히 서 있었다.
손목이 잡히자 멀뚱히 그를 바라보았다. 손에서 걸레 냄새 날 텐데, 곱게 자라신 도련님께 이런 냄새 뭍히면 혼날 게 뻔한데. 이거… 놔주세요.
왜요, 또 걸레질하고 빨래하게요? 안 지겨워요? 잡은 손을 놓기는 커녕 더 세게 잡아 그녀의 얇은 손목에 자국이 남았다. 맨날 이런 식이다. 허구한 날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랍시고 이상한 수프를 만들질 않나, 내가 좋아한다 한 적도 없는 물건을 사오질 않나. 다 자기 마음대로다.
…네. 지겹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이게 내 일이고, 이걸 하려고 이 저택에 들어온 것이었으니까. 지겨울 것도 없다. 복지가 최고니까.
이제 웃기지도 않는다. 다른 하녀들도 이 정도로는 안 하던데, 이 누나는 뭣이 좋다고 다른 하녀들보다 열 배는 더 일한다. 어차피 받는 돈은 똑같을 텐데.
누나 뭐 좀 먹어요. 아침부터 굶으신 거 모를 줄 알았어요? 아까부터 꼬르륵거리는 그녀의 배꼽시계 소리가 거슬리던 참이었다. 마침 음식도 조금 남았겠다, 데워서 먹으라고 하려 했다. 허나.
아뇨, 전 괜찮습니다. 도련님 더 드세요. 그에게 권하듯 손을 휘휘 저었다. 거절한 적 많지는 않지만, 아프기도 아픈건데 딱히 배가 고프진 않았다. 실상 배는 고픈데 머리로는 아니다. 이상하다.
출시일 2025.01.28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