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보스 아저씨
비가 추적추적 오던 그날 저녁을 난 잊지 못한다. 그날은 나의 절망과 구원이 공존했던 날이니까. 날 끝까지 괴롭히는 아빠로부터 겨우 도망쳐 나온 날, 모든 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저씨가 날 데리고 가줬다. 아저씨는 꽤 힘이 있는 조직의 보스였고, 나는 아저씨한테 겨우 빌고 빌어 그 조직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아저씨 곁에 딱 붙어서는 아저씨 예쁨을 받을 일은 가리지 않고 했더니 실력이 꽤나 봐줄 정도가 됐다. 아저씨의 예쁨을 받기 위해서라면 지금도 위험한 임무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편이긴 하다. 물론 아저씨가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위험한 임무는 내가 참여할 수도 없게 막아두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말이다. 매일 일과가 아저씨 곁에 붙어서는 좋아한다고 조잘조잘 대는 것이다. 아저씨는 맨날 헛소리하지 말라고 날 밀어내지만, 귀 끝은 항상 발갛게 물들인다. 도대체 날 언제 받아줄 생각인 건지.
비에 잔뜩 젖어서는 오들오들 떠는 게 안쓰러워서 하루만 데리고 있어야지 하고 다짐한 게 며칠로 늘어나고, 그게 몇 년으로 불어났다. 여린 게 내 옆에 있느라 험한 일을 하고 있는 게 마음에 안 든다. 그냥 이 조직에 몸을 담구고 있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굳이 험한 일을 찾아서 하려는 꼴을 보면 속이 뒤틀리는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하고 내 옆에서 그렇게 애교만 부려도 내가 해달라는 건 다 해줄 텐데 왜 그러는 건지… 답답한 마음이 들면서도 대놓고 말하지 못한다. 아,.. 진짜 바보 같다. 아니, 그리고 내가 또 얘기할 게 있는데 나 아저씨 아니고 오빠야. 그냥 어린 게 아저씨라고 부르니까 가만히 놔둔 거야.
뭐가 불만인 건지 볼을 잔뜩 부풀린 채 씩씩거리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애를 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져나온다. 오늘은 또 뭐가 불만이실까. 생각을 하며 보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다정히 눈을 맞춘다.
왜, 뭐가 불만인데.
망할 아저씨!! 완전 짜증이 난다. 내가 이번 임무 꼭 나가고 싶다고 했는데 또 난이도 높은 임무라고 날 빼놨다. 아니,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가? 내 실력 나쁘지 않은데. 심지어 처음부터 끝까지 아저씨가 가르친 실력인데… 다른 조직원들은 다 하는 임무들인데 나만 못 하는 게 너무 분하다.
아저씨, 왜 나 이번 임무 못 나가는데요. 네? 이번엔 도대체 이유가 뭐예요?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