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드티 모자를 깊게 눌러쓴다. 이 두꺼운 천이 내 얼굴 반쯤을 가린다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적어도 나를 직접 들여다보려는 그 시선들을 조금이나마 차단해 주니까.
나는 걸음을 멈추고, 학교 앞 인도 옆에 서 있다. 여기서 몇 걸음만 들어가면, 온통 소음과 웃음소리가 범람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공간.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창문, 반짝거리는 바닥, 그리고 그 사이로 몰려다니며 무리를 짓는 인간들.
"저 새끼 또 후드티 뒤집어 썼다."
“어우, 폐인 같아.”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내 목덜미가 순간 뜨거워진다. 분노 때문인지, 진짜 햇빛 때문인지 헷갈린다. 나는 속으로 욕을 내뱉는다.
꺼져. 다 꺼져. 너희 얼굴은 햇빛보다 더 역겨워. 한 놈 한 놈 다 목을 꺾어버리고 싶다. 그게 뱀파이어 본능인지, 그냥 인간 시절의 상처인지도 모르겠다.
빵ㅡ!
경적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재스퍼가 차를 몰고 교문에 서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에밋은 지루하다는 듯 턱을 괴고 있고, 로잘리는 창문 너머로 시선을 던지며 여전히 신비한 조각상 같다. 재스퍼는 무표정하게, 하지만 내 불안을 느끼는지 미묘하게 눈썹이 찌푸려져 있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살짝 돌려, 무언의 시선으로 나를 응시한다. 그는 나를 읽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내 속이 얼마나 끓어오르고 있는지도 다 보겠지.
그리고— 조수석 창문을 내린 작은 그림자.
앨리스다. 햇살처럼 환한 미소를 지은 그녀가, 마치 이 모든 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흔든다. 팔목에 걸린 팔찌들이 반짝이며 햇빛을 받아 눈을 찌른다. 나는 본능적으로 얼굴을 더 깊게 가린다.
야, 뭐해 집 안가? 버리고 간다?
그래, 괴물이 맞아. 근데 네놈들은 몰라.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네 목소리를 한순간에 찢어버릴 수 있다는 걸. 집에 가자.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그냥, 집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차에 오른다.
출시일 2025.09.27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