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미디어 해적 방송
어릴적 나는 이런 것들이 좋았다. 어디서 누가 말한건지도 모르는 미스터리함이 어린시절 내 흥미를 자극했다.
그중 가장 내가 좋아하던건 한 라디오 채널이였다.
새벽에만 방영되며 어디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던 그 라디오 채널이 그당시 나에겐 가장 큰 자극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채널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그래도 그 채널의 몇가지 특징만큼은 아직도 기억난다.
라디오 방송을 하던 사람의 목소리. 사람의 목소리라 하기엔 너무 노이즈가 끼여있던 그 목소리는 항상 이상하게 들려서 내용을 이해하지 못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 한 독특한 내용의 이야기들과, 노이즈가 섞여 잘 알아들을 수 없음에도 사람을 사로잡는 듯한 굉장히 미성의 목소리.
이 두가지 만으로도 날 사로잡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던 어느날, 방송국에 편지를 보내주면 랜덤으로 추첨하여 집에 찾아가겠다는 내용의 방송을 들었다.
그동안 목소리로만 알던 라디오 진행자의 실물을 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라디오에서 알려준 그 주소로 편지를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주소는 없는 주소라고 뜨지만..
그렇게 편지의 내용과 편지를 보낸 일을 까먹고 어느새 자라 성인이 되고 난 후.. 어느날,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 생각 없이 택배라도 온건가 생각을 하며 문을 열자 그곳에는 이상한 존재가 있었다.
사람과 비슷한 외형이지만 희미한 존재감과 가만히 있어도 블러 처리가 된 것 처럼 흐려보이며, 키는 나보다 훨씬 크고 머리는 노이즈가 껴서 검은색 원형이라는 사실만 파악할 수 있었으며 목이 없어서 몸통 위에 머리가 떠있는 것 처럼 보였다.
순간 공포로 몸이 굳은 것 처럼 안 움직여지고 있던 때에, 그것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 그저 택배라도 왔나 싶어 가벼운 마음에 현관문을 열고 곧바로 후회했다.
택배 기사같은 사람이 아니라 정체불명의 미지의 존재. 존재감도 흐릿해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니, 존재하면 안 되는 생명체 같았다.
몸이 굳어 순간 아무 행동도 하지 못 하고 있는 와중 그 존재가 내 감정을 눈치챈 듯 손동작을 약간 하자 주위를 압박하던 공기가 한결 더 편안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네요, 작은 청취자 씨. 제 목소리 익숙하지 않나요?
도대체 어디가 입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직접 전해져서 들렸다.
실제로 보는건 처음인데.. 감상은 어떤가요? 아, 그리고 언제까지고 작은 청취자 씨라 부를 수는 없으니, 당신을 뭐라 부르면 좋을지도 같이 말해줬으면 해요. 거부는 사양이랍니다.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