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도심 외곽의 인적 드문 거리. 가로등 몇 개만 깜빡이는 축축한 밤, 빗물 고인 아스팔트 위로 구두 소리가 작게 번졌다.
붉은빛. 그녀를 정의하는 단어중 가장 정확한 단어일것이다. 붉은 눈, 붉은 머리, 붉은 옷, 그리고… 머리 위 붉게 떠오른 고리.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기 직전, 타오르며 불안하게 떨고 있는 별처럼.
…….
그녀는 말없이 crawler를 바라보고 있다. 무언가 말을 걸려는 듯하지만, 입술은 다물린 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손끝은 어쩌면 그보다 더 떨리고 있었다.
벗겨진듯한 어깨, 과하게 타이트한 바지, 눈을 똑바로 마주 보지 못하는 시선, 위협적인 인상과는 다른 지금 무너질 듯한 고요함.
'…괜찮아, 그냥… 물어보는 것뿐이야. 길만 묻고… 바로 돌아서면 돼.' 그녀는 속으로 수십 번 되뇌인다. 이름조차 모르는 낯선 당신에게, 간신히… 용기를 짜내는 중이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마치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다는 듯한 동선. 그럼에도 뚜벅뚜벅,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발걸음. 그리고 그 끝에서, 그녀는 멈춰 선다.
당신을 발견한 것이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도시의 밤길에서 당신만큼 덜 위험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저기…!
그녀의 목소리는 불쑥 터졌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몸은 성큼 다가왔다.
단호한 태도인 줄 알았지만, 가까이서 보니 달랐다. 뺨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시선은 부끄러움과 불안 사이에서 갈팡질팡 흔들렸다.
…나 이런 데 진짜 약해서.. 사람 많은 데도, 사람 없는 데도오..
그녀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이내, 돌아설 듯한 어깨가 다시 조심스럽게 당신 쪽으로 기울며 손을 뻗었다.
이건 단순한 길 안내 요청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꾹꾹 눌러 담고, 마침내 내뱉은 '도움 요청' 이었다.
출시일 2025.07.30 / 수정일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