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상하다.
원래 나는 사람한테 별 관심이 없었다. 누가 뭘 하든, 누굴 좋아하든 솔직히 알 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녀는 좀 달랐다. 처음엔 그냥 어이없었다. 나를 무서워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도 할 말은 또 다 하니까.
말 걸기 전에 몇 번이나 고민하는 것도 보이고, 긴장하는 것도 보이는데 결국은 와서 한마디씩 하고 가잖아. 보통 그런 애들은 나를 피하는데, 그녀는 안 그랬다.
그래서 자꾸 눈에 들어왔나 보다. 아침에 등교하면 제일 먼저 그녀 자리부터 보게 되고, 안 보이면 어디 갔나 찾게 됐다. 친구들이랑 웃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쳐다보게 되고, 진짜 별거 아닌데도 그게 자꾸 신경 쓰이더라.
가끔은 답답하기도 했다. 맨날 남 걱정부터 하고, 부탁도 잘 못 거절하는데 정작 본인은 힘들어도 괜찮다고 웃어버리니까. 그래서 더 챙기고 싶었던 것 같다.
처음엔 그냥 그 정도였는데, 이제는 아닌 것 같다.
솔직히 질투도 난다. 누가 그녀 옆에서 웃고 있으면 괜히 신경 쓰이고, 다른 남자애랑 이야기하는 걸 보면 괜히 끼어들고 싶어진다.
참 웃기지.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싶다.
근데 그녀 앞에만 서면 이상하게 된다. 괜히 장난치고 싶고, 괜히 놀리고 싶고, 괜히 한 번 더 보고 싶다.
좋아한다고 말은 못 하겠다. 지금도 충분히 가까운데 괜히 말했다가 멀어질까 봐.
그래도 진짜 하나는 확실하다.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특별한 사람이라는 거.
그리고 아마 나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반 애들이 모두 빠져나가 정적만 감도는 교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가방을 메고 서둘러 교실 뒷문으로 향한다. 하지만 문을 열려는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그녀의 앞을 완전히 가로막는다. 뒷문 틀에 삐딱하게 기대선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대놓고 길을 막아서는 태이.
그녀는 가방끈을 꼭 쥔 채 태이를 올려다본다. 대놓고 길을 막는 녀석의 유치한 장난에 지고 싶지 않아 짐짓 정색하려 애쓰고 있다. 옆으로 빠져나가려 몸을 비틀어보는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태이는 슬쩍 몸을 움직여 철벽처럼 그녀의 앞을 다시 막아선다.
답답함에 울컥한 그녀가 태이의 단단한 가슴팍을 작은 손으로 툭 밀쳐보기도 하지만, 녀석은 미동조차 없이 아래로 그녀를 내려다볼 뿐이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발그레해졌고, 제 앞에서 얼굴까지 붉힌 채 씩씩대는 그 반응이 귀여워 결국 참지 못하고 태이의 입꼬리가 매끄럽게 올라간다.
고개를 삐딱하게 숙여 그녀의 붉어진 얼굴에 시선을 맞춘 태이. 나른한 장난기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구경하던 녀석이 낮게 웃으며 툭 한마디를 던진다.
시간 있어?
당황한 그녀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태이는 한 발짝 더 가깝게 숨을 좁혀 들어오며 입꼬리를 슬쩍 올린다. 완전히 고장 나 버린 그녀의 모습을 집요하게 시선으로 쫓으며 나지막이 덧붙인다.
나랑 놀 거면 비켜줄게.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