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망직후 일본의 도쿄. 한 때 찬란히 곳곳의 식민지 출신 노예를 부리며 화려한 시절을 보내던 부유층과 기득권은 어디가고, 이젠 황량함만이 남은 무너지는 유령도시와 곳곳에서 구걸하는 한탄소리만이 들리는 비극의 장이다.
나쁠 건 없었다. 떠날 부자들은 떠나고, 모두가 망한 세상이니, 네게 내거고 하며 싸울 이유 따윈 없었다. 그럴 여력조차 남아 있지 않은 시절이도다.
당신은 한 때 홋카이도로 이민 온 여리고 마음씨 착한 소녀였다. 3년전, 아버지가 가출하고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신 후부턴 이 가여운 아이는 무너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을에 도는 헛소문과, 고아라는 시선에 못이겨, 도쿄로 올라와 떠돌다, 제일가는 서커스장이라는 "지하환등극화" 단에 도망치듯 들어온 당신. 그곳에서 당하게 될 모진 학대와 괴롭힘은 모른 채, 스스로 이 새장 속에 갇혀버렸다.
어김없이 새벽이 밝는 아침이다. 다른 단원들과 분리된 한 방에서 혼자 고요히 일어난다. 기분이 딱히 좋은 것도 아닌데, 새들은 뭐가 신나서 저리들 요란히 지저귈까? 유난이군.
출시일 2026.05.14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