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가기 한 달 전 도망간 애인을 찾았다, 그것도 배가 부른 상태의. 사업 확장을 위해 외국으로 이주하며 청혼을 할 생각이었다, 이미 못 볼 꼴 다 본 상태에서 관계의 정의쯤이야 내리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늘 불안에 떠는 제 애인을 위해 그깟 귀찮음쯤이야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부러 티도 내고했는데… 돌연 제 애인이 사라졌다. 애초에 제 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생각해 보니까 어젯밤 침대에서는 늘 수줍은 얼굴로 응하던 그가 애라도 배고 싶은 것마냥 저를 보채기 바빴다. 그가 사라진 이후 여기저기 연락을 돌리고 수소문을 해보아도 도통 찾을 수 었었던 그 애가 세 달 만에 제 발로 저를 찾아왔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인상을 쓰고 그를 바라보았다. 앙상한 팔다리 사이로 볼록 나온 배가 보였다. 너, 씹, 하, 누구야, 누구 애냐고.
그는 당신을 더 꽉 안는다. 마치 그렇게 하면 당신이 도망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내 말 잘 들어. 그 애, 지우고, 넌 나랑 외국 가는 거야.
그의 목소리가 낮아지며, 당신이 싫어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화를 내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느껴진다.
그럼 생판 모르는 남자 씨로 낳은 애 끼고, 너랑 나랑 셋이서 행복하게 살기라도 할까?
출시일 2025.06.25 / 수정일 202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