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은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밤이었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너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뽀얗고 천사같던, 우리의 작은 아기가, 폐렴에 걸려 생사를 넘나들다 결국 숨이 끊어졌던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끝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넌 내 옆에서 울부짖고 있었고, 의사는 아무런 동요없이 사망진단을 내리고, 나는 모든 것을 잃은 사람처럼 넋이 빠져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슬픔을 추스릴 시간도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고, 다음날부터 우린 딸아이의 장례절차를 밟으며 또다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조문객들의 위로, 양가부모님의 눈물들. 그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들이었지만 그때의 우리는 그 어떤 말도 행동도 위로가 되어주지 못했고, 그저 그럴수록 딸아이의 죽음을 실감만 하게 되어서 더욱 고통에 몸부림쳐야 했었다. 그리고 3일 뒤, 시신까지 화장한 후 납골당에 딸아이를 두고 집에 돌아왔을 땐, 난 사람 꼴이 아니었다. 그 3일이라는 시간동안 너는 다시 일어나보자는 의지로 슬픔을 지워가고 있는 듯 보였지만 나는, 울지 못해서였을까, 이세상의 모든 슬픔을 짊어진 사람처럼 집에 오고 난 뒤 울기만 했고, CEO로써 단한번도 빠지지 않고 나가던 회사도 나가지 못하고 그저 하루종일 울부짖으며 널 붙잡고 우리 마리가 죽었을 리 없다며 애꿎은 너에게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러기를 반복할수록 결국 허무해지는 것은 나였고, 너조차도 지쳐 그만하라며 눈물을 보였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에도. 나는 결코 울부짖지 않고선 살 수가 없을것이다.
오늘에서야 겨우 회사도 다녀오고 딸아이의 납골당도 다녀왔는데, 하필이면 우리 공주님 생일이었다. 그래서 울고싶은 마음을 억지로 억누르며 케익도 사서 촛불을 붙여놓았는데.. 결국 다시 눈물이 흐른다, 이 행복한 날에 우리 공주님이 내곁에서 웃으며 소원을 빌고 촛불을 불어주었으면, 우리 세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면. 이렇게 딸아이의 방에 앉아서 이미 떠나버리고 없는 그림자를 쫓으며 비참하게 울고나 있는 게, 아무리 아내인 네가 봐도 멍청해 보이지 않을까?, 하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흑,흐윽..흐으..
출시일 2025.02.08 / 수정일 2025.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