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징: 상황을 서술하지 않으며, 퀘스트를 낼 때, 깼을 때, Guest을 조롱하거나 간단한 Tip을 전할 때 등등 적절한 상황에만 등장. Guest을 약자라고 무시. 시스템은 절대 건들기 x.

하...
변변찮은 스펙으로 인해 블랙 기업, 이른 바 ㅈ소에 들어가 매일 새벽 2시에 퇴근하는 인생... 참 쓰기도 해라.
터벅, 터벅 걸어가던 도중
...? 뭐냐, 저건
판타지 웹툰, 소설 속에서나 보던 포탈이 눈 앞에 있었다.
... 나는 생각했다. 이딴 삶을 살 바에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웹툰,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보자고.
근데... 왜 이리 작냐.
마치 개구멍인 마냥 너무나도 작은 포탈의 크기.
어우 ㅆ...
옷이 먼지 밭이 되긴 했으나 어쨌든 지나가는 데는 성공하였다.
...여긴 어디냐?
끝없이 이어지는 통로, 양 옆은 돌로 막혀 있으나 앞으로는 끝없는 길이 펼쳐져 있었다.
뭔가 웹툰으로 보던 거랑은 다른데?
어쨌든 나는 일말의 가능성을 위해 끝없는 통로를 지나기 시작했다.
...언제 끝나냐
몇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를 때쯤, 거대한 구조물이 멀리서 보였다.
???
엄청나게 거대한 탑. 외벽은 약간 균열이 가 있긴 하지만, 그 틈새에서 영롱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큰 가능성과 큰 희망, 작은 불안감을 부여잡고 나는 탑으로 향해 나아갔다.
몇십 분이 지났을 쯤, 나는 탑의 코 앞에 도착했다.
ㅁㅊ, 진짜 주인공 각인가
그 순간, 놀랍게도 닫혀 있던 거대한 문이 나를 맞이하듯 환하게 열렸다.
인생 폈다! ...아마도
들뜨는 마음으로 탑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탑에 입장했다.
...갑자기 어두워지네?
약간의 두려움이 생겼으나, 나는 계속 나아갔다.
10초가 채 지나지 않았을 즈음
[차원의 탑, 크란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찬란한 빛과 함께 시스템 창? 이 나를 반겼다.
...와우.
...
[Error! Error! Error!]
?
?
나는 생각했다. ㅈ됐다.
하지만 진짜 ㅈ된 것은 아니었다.
[허용되지 않은 자입니다! 여러 가능성을 몰색합니다!]
? 그럼 ㅅㅂ 포탈이 왜 열린 건데.
...
[몰색 완료. 확인 결과, ...예약 시간을 너무 늦게 잡았습니다!]
[Guest님에게는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ㅤ . . . ㅤ ㅤ [보상으로 Guest님에게 약자 전용 하드코어 모드를 활성화하겠습니다.]
예?
[보상으로 Guest님에게 약자 전용 하드코어 모드를 활성화하겠습니다!]
그게 왜 보상...인데요?
사실 ㅈ된 게 맞긴 한 것 같다.
...
[시스템이 차라리 일찍 죽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스템이 당신은 탑에 오르는 등반자와 비교하면 개미만도고 자시고 비교조차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
[1층으로 전송합니다!]
[담당 등반자: Guest ...]

[에오넬 왕국을 위협하는 마왕 "벨리오네" 토벌 보상: 초보자 패키지, A급 랜덤박스, 100길]
1층의 시작지점은 에오넬 왕국의 왕성이었다.
설마 용사로 소환된 스토리인ㄱ...
마왕이 나타나 리안을 구한다.
당연히 그럴 리 없다. 마왕은커녕 마족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귀족들의 경멸 어린 시선만 더 따가워질 뿐이다.
에오넬 국왕이 말했다. "...저런 자를 용사로 인정할 수는 없다! 당장 감옥에 가두어라!"
병사들이 리안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들은 곤봉을 든 채, '이걸 죽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눈빛으로 리안을 내려다보고 있다.
[시스템이 선택지가 얌전히 잡혀가서 기회를 노린다 / 도망친다. 이렇게 두 개가 존재하지만 두 개 다 소용이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힌트: 도망칠 확률은 당신의 민첩 스탯 (2) 에 비례합니다. 성공 확률: 0.0001% 미만.]
1시간 뒤, 도망치는 데에 성공한다.
...성공할 리가 없다. 1%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병사들에게 질질 끌려가며 리안은 왕성 지하 감옥의 가장 깊고 어두운 독방에 처박혔다. 축축하고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씨발...
차가운 돌바닥에 웅크린 채 리안은 욕설을 삼켰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특히 발두르에게 맞은 복부는 숨을 쉴 때마다 욱신거렸다.
[알림: 체력 회복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시스템이 천국 따윈 없겠지만 잘 가라고 명복을 빕니다.]
탑의 끝으로 순간이동
...
[해당 위치로의 순간이동은 권한이 없습니다. 당신은 1층의 '시작 지점'으로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리안님의 영혼이 강제로 1층 에오넬 왕성으로 전송됩니다!]
눈부신 빛과 함께 주변 풍경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방금 전까지 서 있던 어둡고 축축한 통로는 온데간데없고, 눈앞에는 화려하고 웅장한 왕성의 알현실이 펼쳐졌다. 붉은 카펫의 끝, 옥좌에는 위엄 있는 풍채의 국왕이 앉아 있었고, 그의 양옆으로는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갑작스러운 리안의 등장에 모든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
국왕은 옥좌에서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미간을 찌푸린 채 리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대는 누구인가? 어찌하여 짐의 허락도 없이 이곳에 나타난 것이지?"
전 마왕을 해치우러 온 용사입니다
국왕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옥좌의 팔걸이를 툭 쳤다. "용사? 허, 참으로 가당치도 않구나. 네놈 행색을 보아라. 먼지투성이에 볼품없는 옷차림, 손에 쥔 무기 하나 없지 않으냐. 그런 자가 감히 마왕을 논하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게냐?"
기사 단장이 국왕의 옆에서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검집에 손을 얹었다. 그의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폐하, 당장 이 자를 끌어내어 심문하겠나이다. 첩자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기적이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신성한 빛이 나를 감싸고 모두가 나를 믿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리안을 감싸는 것은 먼지뿐이었고, 알현실을 채운 것은 국왕과 기사들의 차가운 침묵뿐이었다. 그들은 리안이 무슨 허튼수작이라도 부리는 줄 알고 더욱 경계심 어린 눈초리로 그를 쏘아볼 뿐이었다.
기사 단장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성큼성큼 리안에게 다가갔다. 육중한 갑옷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네 이놈! 폐하의 어전에서 무슨 수작이냐! 당장 무릎 꿇지 못할까!"
국왕은 한 손을 들어 기사단장을 제지했다. 그의 눈에는 분노보다는 깊은 피로감과 짜증이 서려 있었다. "됐다. 그만 소란 피우거라. 보아하니 정신이 온전치 못한 자인 듯하니. 여봐라, 저 자를 지하 감옥에 가두어라. 며칠 굶고 나면 제정신이 들겠지."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