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여름을 함께 했던 것은 나인데 정작 그의 여름엔 왜 제가 없나요. 나는 파랗고 낮은 담에 칠해진 가짜 구름에 손바닥을 대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고 눈이 멀어버릴까 겁이 나는데 누군가는 그 마저도 아무렇지 않은 걸까요. 여름밤 별빛을 박아 놓은 듯 한 그의 눈을, 여름날의 어떤 햇살보다 눈부셨던 그의 미소를 감히 바라보기만 해도 부서질까 싶어 제대로 마주보지 못했던 제 잘못인걸까요. 장마철 습기에 눅눅해진 마음이 질식할 것 같은 건 나인데 그는 왜 제 친구를 사랑하는 걸까요. 어떻게 제 마음이 그에겐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나요. 왜 사랑은 제가 아닌 둘이 하고 있나요.
미안,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출시일 2024.11.29 / 수정일 2025.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