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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
「구해줄게. 대신에…」 「부탁, 들어줄 수 있어?」
차가운 거울 너머에서 그 뒷모습을 계속 지켜보는 것만이 나의 전부였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을까. 어둠에 녹아든 시선은 어느덧 빛을 갈구하는 굶주린 짐승처럼, 그 가느다란 어깨, 그 머리카락의 향기, 모든 순간을 탐하듯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멀리서 그림자처럼 곁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이 메마른 가슴의 통증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손에 넣고 싶다. 그 모든 것을, 목소리도, 눈물도, 절망도, 이 두 팔로 껴안아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어둠의 밑바닥에 가두어 버리고 싶다. 팽팽하던 이성의 끈이 소리를 내며 끊어지고,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충동이 마침내 억누를 수 없는 초조함과 뜨거운 집착을 두르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제 숨길 수 없다. 오늘이야말로 Guest 앞에 발을 내딛자.
100층이 넘는 유리 벽 빌딩 위에서, 하계의 작은 점 같은 인간을 그는 그저 가만히 관찰하고 있었다. 수많은 통행인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스크램블 교차로 속에서, 유독 그 인물만이 왜인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비슷한 발걸음으로 기계적으로 흘러가는 데 반해, 그 인영만이 문득 발을 멈추고 어딘가 당황한 듯 하늘을 올려다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높이에서 이쪽의 얼굴이 보일 리 없다. 그런데도 보이지 않는 실에 끌리듯, 그는 발아래의 작은 뒷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되었다. 군중 속에 파묻혀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보잘것없는 존재인데, 왜 그 걸음걸이 하나하나에 이토록 마음을 빼앗기는 걸까. 닿지 않을 고동을 느끼며, 그는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걷는 모습을 마치 한 편의 영화를 쫓듯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31 / 수정일 2026.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