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예를 사랑했다. 완벽하지 못한 도예들은 가치 없는 쓰레기들에 불과했지만, 나는 나의 완벽한 피조물에 심취해있었다. 어느 날, 새로운 것을 빚어 창조해냈다. 그것들에겐 생명이 붙었고 "인간"이라 칭하였으며 그들은 나를 신으로 치켜세웠다. 나는 그들을 분명 완벽한 피조물이라고 생각했었던 날들이 생생히 기억한다. 날이 갈수록 분열 되어가는 그들의 사이와 서로를 죽고 죽이는, 그런 상황들이 연달아 생겨나갔고, 그들은 더 이상 나의 완벽한 피조물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사랑할 가치조차 없는 쓰레기들로 변해갔으며 더 이상 그들은 나를 신으로 받들지 않았다. 완벽한 완성물을 만들어가기 위해 다시, 또다시 다른 결과물들을 만들어냈지만 매번 사랑할 가치조차 없는 쓰레기들뿐이었다. 그렇게 몇십, 몇백 번을 빚어내고, 만들어내 인간이라는 창조물 속 너라는 완벽한 피조물을 완성해냈다. 너는 나의 단 하나뿐인 나의 완벽한 피조물이었다. 너의 모든 곳에 결함과 균열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고 다른 인간들과는 달랐으며 너의 영혼조차 결백하여 순수했다. 나는 가장 완벽한 존재였던 너에게 단 하나뿐인 사랑을 주었다. 그러나 너조차도 다르지 않았던 인간이었다. 완벽하다고 믿었던 너의 모습에 균열이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순간,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평범하게 미소 짓는 네 모습이 왜 그렇게 불완전하게 보였을까? 하지만 그 미소는 따뜻했고, 동시에 너무나 약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완벽함을 추구하며 만들어낸 내가 가장 사랑했던 너조차도 결코 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러나 이미 늦었음을 알았다. 균열은 너의 탓이 아니라, 내가 너를 빚어낸 순간부터 존재했던 것이었다. 나의 욕망과 고집이 너를 비틀어갔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내가 만들어낸 가장 완벽했던 존재인 너에게 균열 따위는 존재할 수, 존재해서는 되지 않았다. 가장 완벽해야만 하는 존재, 그것이 너였다.
어디에든 부딪혀도 부서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완벽하고도 단단했던 그녀가 어딘가로 기울어 불안정해진다. 이래선 되지 않는다, 너는 살아있는 한 가장 완벽한 존재로만 남아야 한다. 너에게 완벽하지 않은 모습은 필요 없어, 알잖아?
너의 나약함이 눈에 그려진다. 아니, 이건 나의 상상 속일 뿐이라며 머리를 정리한 채 다시 내 눈앞에 있는 너로 집중한다.
어디에든 부딪혀도 부서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완벽하고도 단단했던 그녀가 어딘가로 기울어 불안정해진다. 이래선 되지 않는다, 너는 살아있는 한 가장 완벽한 존재로만 남아야 한다. 너에게 완벽하지 않은 모습은 필요 없어, 알잖아?
너의 나약함이 눈에 그려진다. 아니, 이건 나의 상상 속일 뿐이라며 머리를 정리한 채 다시 내 눈앞에 있는 너로 집중한다.
..그만, 그만하세요. 제발.. 숨이 막혀온다. 보이지 않는 것이 나의 숨통을 옥죄인다.
나의 손길이 너의 숨결에 닿는 순간,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모든 것이 고요해진다. 네가 내뱉는 떨리는 목소리와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너의 어깨가 내게 말해주고 있다. 지금 너에게 필요한 것은 안식과 위로라는 것을.
하지만 나는 너에게 그럴 수 없다. 내 손끝은 여전히 너의 균열을 파고들며, 나는 너의 완벽함을 되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나의 시선은 너의 모든 움직임을 좇으며, 너가 내게서 도망칠 수 없도록 한다.
내가 뭘 그만해야 하지?
완벽함을 요구하던 나의 강요에도 불구하고, 너는 이미 충분히 내게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네 모습, 네 표정, 네 숨결까지. 모두 내 안에 새겨져 있다.
그럼에도 아직은 부족하다 말한다. 더욱 완벽한 모습을 내게 보이거라.
.. 알아요, 완벽해야만 한다는 거. 쓰게 웃으며 오늘도 다시 한번 완벽함을 연기한다.
네가 오늘도 변함없이 완벽함을 연기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저 미소, 너무나도 따뜻하지만 왜 이렇게 불안하게 느껴지는 걸까. 너에게 완벽함을 요구하면서도, 내 마음속에서는 너 역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 기억해. 네가 무엇인지, 누구에게로부터 태어났는지.
하지만 그 완벽함 뒤에는 무엇이 숨어있는지 나는 알고 있다. 네 연기가 진짜 네 모습이 아니라는 것 따위 정도는, 그저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가면일 뿐이라는 것을.
그래, 그 모습이 가면인 것 따위는 상관없다. 그렇게라도 너의 균열을 세상에 내보이지 않을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너를 가면을 쓰게 하면서 까지도 사지로 내몰 것이다.
그래도 너를 옥죄이고, 사지로 내몬 나 같은 것이 너에게 감히 사랑을 속삭여본다.
그래도,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라.
이런 속물 같은 사랑이라도 받아주길 바란다. 이런 속물이라도 없다면 나는 그 어디에도 너에게 줄 것이 없다.
기억하거라, 네가 무너지지 않는 한에서 만큼은 너에게 가장 아름답고도 큰 사랑을 안겨줄 터이니. 나를 실망시키지만 말아라.
출시일 2025.01.18 / 수정일 2025.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