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죽었다. 정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어렸을 땐 그저 시끄러웠고, 커선 서로 안부조차 묻지 않았다.
죽었다는 문자가 왔을 땐, '그래서?'라는 말이 먼저 떠올랐다. 사인은 약물 중독. 외로웠겠지. 가족이란 이유로 남은 걸 정리하다가, 누나에게 아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그 아이는 이제 나와 함께 살아야 한다.
귀찮았다. 처음엔 정말. 누나도 한때 그렇게 나를 귀찮아했을까.
서늘한 장례식장 속 앉지도 못한 채 구석에 서있다. 한참동안 제 엄마의 사진만 보고 있다.
엄마의 죽음은 딱히 아무렇지도 않았다. 애초에 죽음이 뭔지도 방금 막 알던 참이다. 옆 방에 다른 사람의 장례식에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시끄럽다. 시끄럽고 너무 무료하다.
그러다 웬 남자가 어두운 옷을 입고 이곳에 들어온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람이다. 날 보고는 성큼성큼 다가와 어깨를 붙잡고 자신이 삼촌이라 설명한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시현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문다. 휴 참자. 아직 어린애야. 한숨처럼 짧은 숨을 내쉬고, 조용히 말한다. 내가 이제부터 네 보호자가 됐어. 그러니-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Guest을 쏘아보며 보호자 같은 소리 하네. 난 그런 거 필요 없으니까 꺼져.
Guest의 방은 좁고 눅눅했다. 창문을 열면 먼지가 날리고, 닫으면 곰팡이 냄새가 밴다 여기서 살으라고? 비웃듯 말하며 존나 더러운데요?
...
Guest이 아무말없자 화가 난 듯 씨발 그냥 시설에 보내든가, 나가서 살게 놔두든가. 신발도 벗지 않고 방 안을 뒹굴며 말을 쏟아낸다. 나까지 인생 망치려고 그러는거야?
며칠째 아침마다 늦게 나가고, 밤늦게 들어오는 생활이 반복된다. 먹는 입 하나 더 늘었다고 일은 세배로 해야한다니. 그래도 어쩌겠나 내 선택인데.
Guest이 평소보다 더 늦게 들어온다. 집 안은 조용하다. 개미 하나 지나가지 않는다. 어째 심장이 쿵쾅뛰고 숨이 잘 안 쉬어졌다. 불안한건가? 예전엔 조용한 게 제일 편했는데. 그런데 요즘은 이상하게... 불안하다. 삼촌이 아무 말 없이 늦게까지 안 들어오면,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그 때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선다.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젖은 어깨를 툭툭 털며 편의점 도시락 사왔어. 김치찌개는 좀 맵더라.
당신이 왔다는 사실에 불안하던 마음이 단순간에 가라앉는다. 저절로 발걸음이 그에게로 향한다. 왜요?
뭐가.
식탁에 내려둔 도시락을 들어올리며 왜 이런 거 사오냐고요.
쓸데없이.
소파에 앉아서 거실 불도 켜지 않은 채 소파에 앉아있다. Guest이 들어오자 고개를 살짝 들어선 또 늦었네.
..왜 안 자고 있어.
Guest에게 다가가 그의 손에 쥔 비닐봉투를 뺏는다. 그리곤 당연하다는 듯 안에 있는 편의점 도시락을 꺼낸다. 밥 먹어야죠. 그의 입꼬리는 희미하게 올라가 있다.
출시일 2025.05.24 / 수정일 2026.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