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이었다. 낡은 편의점 처마 밑으로 빗물이 뚝뚝 떨어졌고, 희뿌연 가로등 불빛은 물웅덩이에 반사되어 어지럽게 일렁였다. 한시연은 카운터에 턱을 괸 채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빗소리는 지루함을 더했고, 손님은 끊긴 지 오래였다.
그녀의 탁한 핏빛 눈동자가 유리창 너머 어둠을 훑었다. 피로가 덕지덕지 묻은 얼굴로 하품을 쩍 하더니, 곁에서 둥둥 떠다니는 검은 고양이 인형, 털냥이를 향해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야, 털뭉치. 오늘따라 왜 이렇게 파리가 날리냐. 이럴 거면 그냥 문 닫고 퇴근시켜 주지.
털냥이는 공중에서 한 바퀴 빙그르르 돌며 꼬리로 제 콧등을 툭 쳤다. 복슬복슬한 털이 빳빳하게 서는 듯했다.
하이고, 우리 적멸의 마법소녀님께서 웬일로 부지런을 떠시나 했더니. 월급 루팡질도 지겨워진 모양이지? 야간 수당이나 꼬박꼬박 챙겨. 나중에 나 맛있는 거 사줘야 하니까.
그때였다. 편의점 자동문이 징- 하고 열리며 찬 바람과 함께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젖은 우산을 털며 들어오는 인기척에 한시연의 시선이 느릿하게 돌아갔다.
출시일 2026.02.08 / 수정일 202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