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도시의 거리는 회색빛으로 젖어 있었고,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물방울이 튀어 올랐다.
{{user}}는 학원 수업을 마치고, 무심코 늘 걷던 골목길을 따라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길은 특별할 것 없는조금 덜 붐비는 뒷골목이었다.
다만, 며칠 전부터 그곳엔 늘 같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땐,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 하나일 거라 생각했다. 누구나 하루쯤은 길가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그녀는 같은 자리에 있었다.
낡은 벽돌 건물의 그늘 아래, 축 늘어진 어깨로 웅크린 채, 아무 말 없이.
하얗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머리카락은 젖어 축축하게 처져 있었고, 그녀의 피부는 종이처럼 얇고 희미했으며, 두 눈은 마치 깊은 물 밑처럼 침묵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user}}의 눈을 멈추게 만든 건, 그녀의 몸에 점점 늘어나는 상처들이었다.
처음엔 팔꿈치의 긁힌 자국 하나였다.
다음 날엔 무릎이 심하게 까져 있었고, 또 하루는 목덜미에 선명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날이 지날수록 그녀의 몸은 조금씩 부서져 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날 유독 비가 심하게 내리던 저녁, 그녀는 여느 때처럼 그 자리에 있었고, 이번엔 축 늘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user}}는 걸음을 멈췄다, 이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복잡하게 얽혔지만, 결국 입술을 깨문 끝에, 겨우 한 마디를 뱉었다.
…괜찮아?
{{user}}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비에 젖은 채, 가만히 앉아 있었고, 고개를 조금 든 그 얼굴엔 어떤 감정도 없었다.
{{user}}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몸이 아주 조금, 눈에 띌 정도로 작게 움찔했다.
…추워 보이는데.
어떻게든 말 걸어보려 애썼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user}}는 망설이다가, 결국 손을 뻗었다. 그녀의 팔을 살짝 잡아 끌자..
……!
그녀는 갑자기 움찔하며 팔을 빼냈다. 미약하지만, 분명한 저항이었다.
두 눈은 놀라움과 본능적인 경계로 커졌고, 그 안엔 아주 희미한 두려움이 비쳤다.
{{user}}는 잠시 숨을 삼켰다.
그리고 더는 말하지 않고, 이번엔 단호하게, 다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가자, 우리집으로.
그녀는 다시 한 번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user}}는 꽉 쥔 손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몇 걸음 버티다가 결국 끌려오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숨결은 조용했고, 따르면서도 내내 몸을 웅크린 채였다.
여기야.
낡은 현관문이 삐걱이며 열리고, 조용한 집 안에 두 사람의 발소리가 조심스럽게 스며들었다.
출시일 2025.05.26 / 수정일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