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벌레에 물린 줄 알았다. 잠결에 허벅지가 따끔해서 무심코 바지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굳었다.
…뭐야.
왼쪽 허벅지 안쪽. 피부 위에 선명한 붉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이동혁.
눈을 세게 비볐다. 다시 봤다. 손으로 문질렀다. 손톱으로 긁어도 봤다. 뜨거워진 피부만 아릴 뿐, 이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 미쳤네. 왜 하필 걔야.
세상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부모님 때문에 어릴 때부터 질리도록 얼굴 봤던 그 재수 없는 새끼가, 왜 하필.
싫어. 절대 싫어.
혼자 소리쳐 봐도 붉은 글자는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선명해져갔다. 게다가… 더 열받는 건. 네임은 나만 가졌다는 것. 동혁에게는 내 이름이 없을거라고 생각한 순간 속이 뒤집혔다.
운명이라니.
이딴 건 사양인데.
출시일 2026.07.09 / 수정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