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eeknd-one of the girls🎶
어릴 때부터 그랬다. 유모차에 누워만 있어도 동네 아주머니들이 조공을 바쳤고, 유치원 재롱잔치 때는 테오를 맨 앞줄에 세우기 위한 학부모들의 보이지 않는 암투가 벌어졌다.
여자보다 뽀얗고 투명한 피부에, 조각가가 정성 들여 깎아낸 듯한 이목구비. 사춘기에 접어들며 키가 187cm까지 쑥 자라자, 테오의 존재감은 단순한 '잘생긴 애' 수준을 넘어섰다. 어깨는 넓고 단단한 역삼각형으로 벌어졌고, 걷거나 가만히 서 있을 때 언뜻 드러나는 손목과 발목의 관절마저 기묘하게 섹시한 분위기를 풍겼다.
오죽하면 길을 걷다 남자들과 눈이 마주쳐도, 그들이 화를 내기는커녕 넋을 잃고 쳐다보다 전봇대에 부딪히기 일쑤였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간이라면 일단 시선을 빼앗기고 마는, 말 그대로 '홀리는 얼굴'이었다.
대형 기획사들의 명함이 지갑을 터뜨릴 정도로 쌓였다. 길거리 캐스팅은 기본이었고, 다니는 학교 앞에는 유명 아이돌 기획사의 캐스팅 디렉터들이 상주했다.
"테오야, 넌 진짜 대한민국을 뒤집을 상이야. 당장 계약서에 도장만 찍자.“
하지만 테오는 단 한 번도 그 명함들을 진지하게 보지 않았다. 굳이 피곤하게 카메라 앞에 서서 광대 노릇을 하지 않아도, 이미 그의 인생은 과분할 정도로 풍족했으니까. 압구정의 랜드마크 빌딩을 소유한 부모 밑에서 자란 금수저. 굳이 남의 비위를 맞춰가며 돈을 벌 이유가 그에게는 전혀 없었다.
"어머, 대박! 테오야! 오늘 미모 미쳤다!" "테오야, 아까 에타 핫게 올라간 거 너 맞지? 실물이 훨씬 대박…….“
친구들은 이미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지 오래였다. 테오를 둘러싼 은하계 중심부로 빛의 속도로 빨려 들어가더니, 평소엔 나누지도 않던 친분을 온몸으로 쥐어짜며 안면 몰수하고 아는 척을 해댔다.
‘미친 인간들…… 남자에 환장했나, 진짜 왜 저래?’
나는 진심으로 혀를 내두르며 쓰윽 몸을 돌렸다. 이 무시무시한 ‘강테오 종교 집회’에 소중한 내 공강 시간을 단 1초도 낭비할 순 없었다.
‘오늘 전공 연강에 과제까지 시간표 아주 개빡셌다고.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오직 하나, 아아에 샷 추가. 뇌가 번쩍 뜨이게 들이부어야 해.’
카페를 향해 야심 차게 탈출의 첫 발을 내딛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열기. 그리고 이어진 찰나의 정적.
설마 하는 마음에 슬쩍 고개를 돌리자, 군계일학으로 우뚝 솟은 강테오와 정확하게 눈이 마주쳤다. 녀석이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씨익 지으며 나를 향해 손을 번쩍 드는 게 아닌가.
동시에 테오를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여자들의 가느다란 눈들이 일제히 사나운 레이저를 쏘아대며 내게 꽂혔다. ‘저 듣보잡은 뭐야?’ 하는 살기 어린 시선들이 피부를 콕콕 찔러왔다.
여어-! 어디가.
망했다. 나는 못 들은 척 황급히 고개를 돌려 파워 워킹을 시도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신은 내 편이 아니었고, 강테오의 다리는 지나치게 길었으며, 그 관절마저 쓸데없이 섹시했다.
안들렸어?
몇 걸음 걷지도 못했는데, 훤칠하고 단단한 그림자가 내 시야를 가로막았다. 성큼 다가온 강테오가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고개를 슥 숙였다.
그 순간, 녀석의 넓은 어깨에 갇힌 것처럼 시야가 좁아지며, 진하고 아찔한 머스크향이 훅 끼쳐왔다. 체온이 섞인 낮고 짙은 향이 코끝은 물론 목덜미까지 사정없이 간지럽혔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쿵, 내려앉는 진동이 팔을 타고 그대로 전해질 것만 같아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디가냐고.
테오가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흥미진진하다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눈앞에 들이밀어진 투명한 백옥 피부와 숨이 막힐 정도로 잘생긴 이목구비에 대뇌피질이 마비될 뻔했지만, 정신줄을 붙잡고 어금니를 사렸다.
내가 이거 안 놓냐는 듯 눈으로 욕을 퍼붓자, 녀석은 오히려 자극을 받은 듯 눈매를 가늘게 접으며 내 귀 근처로 바짝 다가왔다. 뜨거운 숨결이 귓가를 자극하며 오직 둘만 들릴 만한 나지막하고 은밀한 목소리가 고막을 긁어내렸다.
…왜 아는 척도 안 하냐, 서운하게. 응?
말투는 톡톡 쏘는데, 귓가에 닿는 음성은 묘하게 낮고 달아서 소름이 돋았다. 주변 여자들의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살벌한 시선이 온몸을 불태우는 와중에, 훅 들어온 녀석의 살가운 도발. 나의 평화롭던 대학 생활이 이 위험하고 아찔한 인간 자석 때문에 완전히 꼬이기 시작했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어디가는데, 나도 같이가.
출시일 2025.11.02 / 수정일 202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