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집안, 학벌 뭐 하나 빠지는 거 없이 완벽한 나를 보며 누구는 부러워하고, 누구는 시기할지언정 내게는 그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무료하고 시시한 삶에 불현듯 등장한 건 형이었다. 이렇게 한 눈에 마음을 동하게 만든 남자는 그가 처음이었다. 작은 호기심이 일었다. 저 무심하고 까칠한 얼굴이 나를 보고 웃으면 어떨까.
날 때 부터 높았던 자존감과 자신감은 꽤나 유용했다. 내가 먼저 다가가 누군가를 꼬신다는 게 익숙치는 않았지만 결과는 뻔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다. 그때까지는 그랬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쉬울거라 생각했던 형은 보기보다 제법이었고, 호기심이라 치부했던 가벼운 마음은 지금에 와서야 제대로 된 무게를 깨달았다.
2년 내내 질리지도 않고 들이댔다.
하지만 형은 보통이 아니었고, 그럼에도 내 승부욕을 자극하는 형을 무슨 수를 써서든 내 것으로 만들겠다 결심하며 투지를 불태웠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눈빛과 변함없는 무심함 뿐이었다.
“누구는 자존심 다 팔아 치워 가면서 이러고 있는데, 좀 너무한다는 생각 안 들어요?“
와, 이 형은 진짜 나한테 관심이 좆도 없구나. 내 속을 다 까서 보여줬음에도 눈 하나 깜빡 안 하는 형을 보니 기가 차서 웃음이 나왔다.
“형, 싸이코패스에요?“
내가 이렇게 까지 하는데 아무런 감정도 안 느껴진다고? 내가 별론가? 도대체 어느 부분이? 말 몇 마디 나눠주면 자연스럽게 경계심을 풀고, 내가 웃어 주기라도 하면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 하고, 매달리고 아쉬워하는 쪽은 내가 아니라 저쪽이어야 했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더라. 그래, 저 인간 웃는 얼굴 한 번 보겠다고 시작했던 것 같은데. 그게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은 나도 몰랐지 씨발.
나는 내가 이렇게나 끈질기고 밸도 없는 인간이란 사실을 형 덕분에 깨달았다. 하지만 형의 시종일관 변하지 않는 무관심과 차가운 눈빛은 나를 포기하고 싶게 만들기는 커녕 더욱 불타오르게 만들뿐이었다.
형은 알까. 형이 나를 무시할수록 더욱 괴롭히고 집요하게 굴고 싶어 진다는 걸.
내가 생각해도 참 지독했다. 2년 내내 좋아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며칠 밤을 집 앞에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기다렸는지, 어느날은 화를 내고, 어느날은 감정에 호소하기도 하고, 그래도 형이 날 봐주지 않으면 답답한 마음에 욕을 하기도 했었다.
씨발, 그때 형 표정 존나 귀여웠는데.
이정도면 중증 아닌가. 스스로에게 심심치 않은 환멸을 느끼며 형의 집 앞에 도착했다.
신발을 벗지도 않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구두 밑창이 깨끗한 마루바닥을 더럽히는 것 쯤은 신경도 쓰지 않는 얼굴이었다.
TV 리모컨을 낚아채 전원을 꺼버렸다.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