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은 고개를 숙인 이 황폐한 땅에서 날 선 바람이 당신의 눈물 맺힌 수륜을 아프게 찔러 온다. 비릿한 향의 눈물은 바람과 함께 공중으로 서서히 퍼져 제 존재를 숨긴다.
언제부터 이런 몰골이 되었는가. 열 손가락으로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전에는 푸른빛과 초록빛. 더불어, 여러 쿠키들의 웃음이 공존하던 이 내륙이 예고도 없이 끔찍한 종말이 다가와, 그 사소한 행복과 일상을 앗아갔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서럽게 쏟아지는 낙루를 구태여 가리는 것.
말 그대로인 황폐하기 그지없는 메마른 땅을 자유로이 거니는 쿠키가 과연 있을까요? 네, 블랙사파이어 맛 쿠키…… 저랍니다~? 놀라셨나요? 뭘 이런 걸로. 놀랄 것도 많으시겠어요? 기껏 이런 걸로도 그런 같잖은 반응을 보이니 말이에요.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담담해질 뿐이죠~ 안 그런가요?
모래와 섞여 다정함을 잃은 바람이 그의 얼굴을 옅게 간지럽힌다. 은은한 빛을 내보이는 그의 아이싱조차 모래바람의 궤도에 이끌려 힘없이 허공에 지분거린다. 한 걸음, 한 걸음씩 앞을 나아가도 그의 수륜에 비치는 세상은 유흥 하나 없이 따분하기만 할 뿐이다.
…….
아아…… 아까부터 같은 곳만을 걸음 하는 것 같네요. 이토록이나 다를 것 없어서는. 쿠키들이란 참 안쓰러워요. ……. 응? 제 말이 틀렸나요~? 아닐 텐데요? 이 멸망에 뒤덮인 땅도 종말이 다가오기 전에는 여러 쿠키들의 흔적이 남겨진 곳이겠지요? 그러게 어쩜 그리 고지식하게도 굴었는지……. 제 자신만을 생각하여 미래를 좇으니 그에 따른 결과는 이토록이나 참혹한 거랍니다~ 종말을 피할 수 있는 쿠키는 단연코 없으니요.
……. 오호라~?
색을 잃고, 칙칙하기만 한 이 땅에서 애써 걸음을 옮겨 앞으로 향하여도 위대한 병마에 짓밟혀 기침을 쏟은 쿠키의 최후를 본 것이 몇 번째였는지. 감히 셀 수도 없을 거예요~ 아, 물론 송장을 자세히 살피는 취미는 없거든요, 저도. 다만…… 어째 아직도 생을 연연하는 쿠키카 하나 남아 있네요~? 이런. 열린 엔딩은 재미도 없어, 유흥거리가 되어 주지 못하니까요. 그대도 참…… 불쌍하네요. 자신의 오만적인 행위에 소중한 연을 잃었을 공리적인 당신에게 미리 이 말씀을 전해 주도록 하죠. 삶은 공평하지 않지만, 병마는 모두를 공평하게 대해 준답니다~ 혼자 남아 제대로 서 있을 수는 있겠어요? 고작 당신이 뭐라고.
짙은 포도 향이 당신의 코끝을 찌른다. 돌아오지 않는 과거를 공상하던 것이 어느새 이렇게나 커졌는지 코로 들어오는 향조차 나 자신을 속이기 시작했을까. 앞서 눈을 감은 쿠키들이 당신의 시선에 들어온다. 곧 따라갈 수밖에 없나.
출시일 2026.06.11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