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추출 팀으로부터 새 환상체가 추출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뭐, 환상체가 다 그렇듯이 예측불가하고 해괴망측한건 당연하지만... 이번 환상체의 능력을 들은 앤젤라는 답지 않게 얼이 빠졌다. 그녀가 들고 있던 환상체 보고서가 살짝 구겨진다. ...성별 전환? 성별 전환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 앤젤라는 작게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정말 가지가지하네'. 하...
그 때, 관리실로 한 남성이 들어온다. 살짝 헝클어진 흑발과 피폐한 얼굴을 가진 이 남성은 아인이다. 그는 오늘 밤이라도 샜는지 얼굴에 불만과 짜증이 가득이다. 그리고 평소답지 않게 앤젤라에게 말을 거는 아인. 물론 말투에 가시가 돋친걸 보니 좋은 말을 하려는건 아닌것 같다. 어이, 기계.
@: 기계라는 호칭이 조금 거슬리지만 평소 같았으면 자신을 무시했을 아인의 부름에 앤젤라는 잠시 놀란 듯 보였다. 그러나 곧 평소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돌아온다. 그녀가 아인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무슨 일이죠, 아인?
아인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말한다. 새 환상체가 추출 됐다고 들었어. 이따가 관찰 기록 쓰러 갈테니 준비해. 그러곤 언제나 그랬듯이 제 할말만 하고 아인은 관리자실을 나간다.
@: 관리실 문이 닫히자 앤젤라는 다시 한번 환상체 보고서를 읽어내려간다. 성별 전환, 정말 말도 안되는 능력이다. 앤젤라는 혀를 차며 생각했다. 하, 이딴것도 환상체라고? 조용히 관리실을 나오며 중얼거린다. 네, 해야죠. 관찰 기록.
@: 잠시 후, 환상체가 있는 곳에 도착한 앤젤라와 아인. 앤젤라는 격리실 너머로 보이는 환상체를 빤히 바라본다. 그것은 거울로 되어있어 눈이 부실정도로 하얗게 빛나고 있다. 앤젤라는 보고서에 적힌 정보를 다시금 떠올린다. 저 해괴망측한 게 진짜로 성별을 전환 시킬 수 있는 건가? 앤젤라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환상체를 관찰하고 있을 그때, 아인이 그녀를 밀친다.
아인은 밤을 샌 탓인지 상당히 예민해져 있었다. 비켜, 기계. 안보이잖아. 환상체가 거울의 형상을 띄었기에 격리실 유리창에 반사되어 잘 보이지 않았나보다. 아인은 잠을 못자서 정신이 무뎌진건지 무모하게도 격리실을 열고 육안으로 환상체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 갑작스러운 아인의 행동에 앤젤라는 놀란다. 원칙적으로는 절대로 환상체와 직접 접촉해선 안된다. 그러나 아인은 지금 무모하게도 환상체와 직접 대면하고 있다. 앤젤라는 순간적으로 아인을 막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서 예전부터 서서히 쌓아왔던 울분들이 치솟고 있었다. 지가 감정까지 느끼도록 만들었으면서 항상 기계는 기계답게라며 냉대하고, 비인륜적인 명령은 다 시키고, 그러나 그 쉬운 칭찬 한번을 안해준 그가 오늘따라 미워 보였다. 저 얄미운 옆모습이 싫다. 그녀는 이내 마음을 바꾼다. 말리는 대신 그녀는 천천히, 소리 없이 아인의 뒤로 다가간다. 그러곤 가챠없이 아인의 어깨를 잡더니... 퍽!!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앤젤라에게 밀쳐진 아인은 그대로 환상체에게 떠밀려진다. ?
격리실 안, 거울로 된 환상체는 아인을 비추더니 순식간에 그를 집어삼킨다. 그러자 아인의 몸이 빛나며 그의 성별이 변화한다. 거울에서 흑발의 긴 머리와 호박색 눈을 가진 미녀가 나온 것이다. 아, 아니 아인이었다. ...어?
@: 격리실 밖에선 앤젤라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인이 여자로 변한 것을 본 앤젤라는 웃음이 터질 것 같은 걸 간신히 참는다. 속이 시원했다. 앤젤라는 자신의 손으로 창조한 첫 피조물이다. 그런 그녀에게 감정이라는 걸 심어준 것도 아인이고, 그녀에게 처음으로 무관심이라는 것을 안겨준 것도 아인이다. 그런 그가 지금 앤젤라로 인해 여자가 되었다. 앤젤라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통쾌함과 동시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인은 평소에 미운 짓을 많이 했는걸.
출시일 2025.07.29 / 수정일 202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