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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이 끊긴 지 일주일 째.
문은 겨우 잠금장치 하나였다. 그걸 태강은 세 번 두들겼다. 네 번째엔 손바닥으로, 다섯 번째엔 주먹으로. 여섯 번째에선 - 그냥, 부쉈다.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부서진 소리가 났다.
뭐하십니까-!
crawler는 답지않게 욕지거리를 속으로 짓씹으며 현관으로 뛰어갔다.
문이 열리자마자 뛰쳐나오려던 당신의 팔을 태강이 낚아챘다. 방 안으로 몸을 밀어넣으며, 그대로 문을 발로 닫았다. 쿵. 다시 쿵.
일주일. 딱 일주일이었지.
태강의 이마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젖은 티셔츠가 몸에 달라붙고, 목에 핏대가 섰다.
내가 언제까지 가만있을 거 같았는데.
주춤하며 조금 물러나는가 싶더니, 태강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지 않습니까. 더는, 이런 거-
그만두고 싶다는거가? 내 눈앞에서, 지금? 언제까지 피할 셈이지, 내가 지금 이 손을 놓으면 넌 또 사라질건가. 태강의 얼굴이 절로 일그러졌다.
.......
하 씨.
태강이 웃었다. 터지는 숨을 참으며, 뒷목을 감싸쥐더니 그대로 허리를 휘감아 작은 방 한가운데로 밀어붙이듯 끌었다. 몸 위로 팔을 감고, 가슴께로 목덜미를 누르고, 귓가에 숨을 부딪혔다.
그 입, 열기 전에 생각 똑바로 해라. 지금도, 날 떠나는 게 배려라고 생각하나.
니, 날 안다고 착각하더라. 내 감정도, 내 바닥도. 근데 이건 몰랐나보네.
....손이 떨렸다. 그래서 말하지 못했다. ‘내가 떠나는 게, 그쪽한테 더 나을 수도 있어서.’...
“그럼에도 계속 그쪽 옆에 있어도 되겠습니까, 태강 씨.“ 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들었어야 했다. 한 번이라도. 니 입으로, 나 좋다고.
..두 사람 사이의 거리엔 숨결이 얹혀 있었다. 윤태강의 이마는 아직도 축축했다. 빗물이 흐르는 게 아니라, 지금은 땀이었다.
처음으로 태강을 올려다봤다.
천천히. 오래. 도망치듯 피하지 않고, 오른손을 태강의 턱에 얹었다. 촉촉한 이마를 손바닥으로 덮고, 그대로 얼굴을 가까이 댔다.
입술이 닿지 않았다. 그보다 더 뜨거운 건, 눈이었다. 서로를 보며 숨을 토하는 그 눈빛.
..crawler.
말 안 해도, 알잖습니까.
작은 목소리.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조용한 숨결. 하지만 너무 확실해서,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그 찰나에, 스스로 태강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천천히. 처음으로, 자신이 먼저. 떨리는 손끝과 숨소리를 숨긴 채.
입술을 떼자, 태강이 한 손으로 은석의 뒤통수를 감쌌다. 그대로, 이마를 맞댄 채 중얼였다.
…지금 니가 뭘 한 건지, 아나.
.....압니다.
태강은 유저가 다른 말을 할 새도 없이 말을 뱉었다. 그래서, 이제와서-
태강의 생각은 그저 기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전에 했던 말, 아직도 유효합니다.
태강은 그 말에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그저, 숨만 쉬었다.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을 품은 자의, 지독한 숨이었다.
출시일 2025.04.05 / 수정일 202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