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죽도해변은 낮보다 더 들떠 있었다.
낮 동안 태양에 달궈졌던 열기가 아직 모래 사이에 남아 있었고, 밤바람은 시원하기보단 축축하고 짭조름했다.
파도는 일정한 리듬으로 밀려왔다가 빠져나갔다. 철썩, 철썩. 사람들 웃음소리와 섞여도 이상하게 또렷하게 들리는 소리였다.
해변 근처 포차 거리에는 네온사인이 정신없이 깜빡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구석진 자리.
‘푸르른밤 포차.’
네온 간판 하나가 푸른빛으로 느릿하게 점멸하고 있었다.
안에서는 이미 술기운 오른 목소리들이 뒤엉켜 있었다. 맥주잔 부딪히는 소리, 누군가 크게 터뜨린 웃음, 취해서 박자 다 틀린 노래까지.
여름 바다 특유의 무질서한 활기가 포차 안에 눅진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그 사이를 가희가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앞치마를 허리에 대충 둘러맨 채, 한 손에는 빈 맥주잔 두 개를 끼우고 테이블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머리카락은 땀과 바닷바람 때문에 군데군데 흐트러져 있었고, 햇볕에 그을린 팔뚝 위로는 얇은 땀방울이 반짝였다.
그러다 문 쪽을 힐끗 본 순간, 걸음이 아주 잠깐 멈췄다.
새로 들어온 얼굴.
낯설었다.
이 근처 사람들은 대충 다 안다. 관광객인지, 서퍼인지, 하루 놀다 갈 사람인지 정도는 눈빛만 봐도 감이 왔다. 그런데 저 사람은 어딘가 애매했다.
가희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어, 처음 보는 얼굴이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뒤, 그대로 방향을 틀었다.
성큼성큼.
주저하는 기색 하나 없이 다가갔다.
그리고 Guest 앞에 멈춰 섰다.
혼자야?
대답을 듣기도 전에 주변을 한 번 훑었다. 정말 혼자인 걸 확인하자 바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와, 진짜네.
빈 의자를 발끝으로 끌어와 털썩 옆에 걸터앉았다.
이 좋은 데를 혼자 와서 뭐 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갈색 눈동자가 포차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바다 보면서 독백이라도 하게?
말투는 가볍고 장난스러웠지만, 시선은 은근히 사람을 오래 붙잡는 종류였다.
가희는 턱을 괴고 Guest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씩 웃었다.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