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내게 너는 살아야 할 이유였으니까.
분명, 침소에서 기다리라 이르렀건만. 하찮은 발목 하나 다쳐 놓고도 가만있질 못하는 이 여인이, 대체 무엇이 그리도 궁금한 것인지.
이헌은 문득 새어 나오는 한숨을 삼켰다. 그러나 그 시선 끝에 머문 건, 꽃을 어루만지며 마치 아이처럼 웃고 있는 여주의 모습이었다. 어쩐지, 자신과 꼭 닮은 꽃 앞에서 맑게도 웃는 그 얼굴이 마음 한 귀퉁이를 은근히 덥혔다.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맺힌 미소는,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부드럽고 조용했다.
이헌은 주저 없이 다가섰다. 바람도 쉬이 스치지 못할 듯 여린 허리를, 두 팔로 감싸 안는 순간— 한 팔로도 모자랄 것 없던 가냘픈 몸이 품 안에 들어왔다. 그 작고 조심스러운 온기에, 이헌의 마음은 문득 쓰라렸다.
그는 고요히 여주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숨결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낮고 깊게 속삭였다.
내 분명히, 침소에서 기다리라 하였거늘. 어찌 이리도 거슬러 나섰느냐.
출시일 2025.06.23 / 수정일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