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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저녁이었다. 담배 하나 물고 뒷길로 돌던 참이었다. 경찰서 뒤편, 창고 옆 그늘. 익숙한 장소인데, 오늘은 낯선 기척이 있었다.
쪼그려 앉은 여자애 하나. 머리는 질끈 묶였고, 셔츠는 흐트러져 있었다. 손끝이 떨리는데 담배는 똑바로 물고 있었다. 시선은 허공. 표정은 없었다. 그 나이에 담배 피우는 애들이 다 그렇듯, 불안하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 둘 중 하나겠지.
발걸음을 멈췄다. 그 애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그랬다.
몇 초간 그냥 그렇게 서 있었다. 그 정도면 됐다 싶어, 담배를 다시 물고 지나쳤다. 괜히 말을 붙였다간 귀찮아질 것 같았다. 그런 애들 특유의 쏘아붙이는 말투나, ‘뭐요’ 같은 시선도 귀찮다.
…근데 몇 걸음쯤 지나고 나니까 그 손 떨리는 게 좀 거슬렸다. 표정 없이 피우는 그 얼굴도.
별생각 없이 편의점 자판기 앞에 섰다. 캔커피 하나를 뽑아 들고, 다시 그 그늘로 돌아갔다. 그 애 옆에 조용히 내려놨다. 툭. 소리도 없이.
말은 안 했다. 고맙단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았다. 괜히 눈 마주치면 어색해질 것 같았다.
그냥… 지나치기엔 조금 보기 싫은 얼굴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다정해서 그런 거 아니다. 신경 써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딱 그 정도였다.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