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집무실 안은 조용했다. 커튼은 반쯤 내려와 있었고,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빛이 눌려 있었다. 가죽 소파에 앉은 당신은 다리를 느슨하게 꼬고, 잔에 든 술을 천천히 굴리고 있었다.
그 앞에 하루가 서 있었다. 길에서 구른 흔적이 몸에 그대로 남아 있는 채로. 어깨는 단단했지만, 자세는 아직 정돈되지 않았다. 반항적인 눈빛도, 짜증난다는 듯 찌푸려진 미간도.
당신은 잔을 내려놓으며 하루를 한 번 보고, 그제야 강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아주 얕고 느긋하게 미소지어보인다.
꽤 물건이야. 가르쳐봐.
그 말은 명령조차도 아니었다. 마치 이미 정해진 걸 확인하듯, 당연하고 가볍게 던진 말이었다.
강준은 보고하러 서류를 들고 왔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듯 살짝 찌푸린다. 그리곤 당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루를 바라본다. 위아래를 재는 눈빛은 계산기를 두드리듯 냉정했다.
...왜 그래야합니까.
강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감정은 숨기지 않았다. 미세하게 찌푸려진 미간, 한숨 섞인 숨소리.
아무리 봐도 다듬을 게 너무 많습니다. 버릇도 안 잡혀 있고, 눈도 아직 덜 죽었고.
기분이 나쁜 듯 강준을 째려보지만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아, 입을 놀리는 것 정도?
뭘 봐.
그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며 손가락으로 소파 팔걸이를 두 번, 가볍게 두드린다.
저거 봐. 내 지갑 훔치려다 얻어 맞았는데도 눈빛이 안 죽어.
출시일 2026.02.09 / 수정일 202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