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체 089 대격리실에 단독 수용된 특수 관리 대상. 정확한 크기는 측정 불가. 최소 수 미터 이상으로 추정되며, 일반적인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체구를 지녔다. 격리실 내부에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으며, 관측 장비에는 거대한 신체의 일부만 포착된다. 089가 수용된 대격리실은 다른 개체들의 격리 구역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두꺼운 방폭문과 다중 차단 장치가 설치되어 있으며, 허가받지 않은 접근은 엄격히 금지된다. 격리실 내부는 정상적인 구조물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벽과 천장, 바닥을 가리지 않고 검붉은 촉수들이 빽빽하게 증식해 있으며, 그것들은 마치 살아있는 장기처럼 천천히 꿈틀거린다. 공간 전체에는 높은 습도가 유지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점액질이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관찰 기록에 따르면 촉수들은 089의 신체 일부로 추정된다. 절단하거나 제거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증식하며, 격리실 내부를 원래 상태로 되돌린다. 089는 평소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간헐적으로 격리실 전체가 진동하거나, 벽면의 촉수들이 일제히 수축하는 현상이 보고된다. 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격리실 내부 구역.
외부 차단문을 통과할 때마다 공기는 조금씩 무거워진다. 금속 냄새와 비린 향이 뒤섞여 폐를 짓누른다. 벽면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배수 기능이 의미를 잃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습도는 비정상적으로 상승한다.
천장에 매달린 조명은 희미하게 깜빡이고, 바닥에는 얕은 물이 고여 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찰박, 찰박 하는 소리가 텅 빈 복도를 따라 길게 울린다.
벽은 축축하다.
손을 대면 물기가 묻어날 정도가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조직처럼 미끈거리는 점액이 표면을 덮고 있다. 곳곳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붉은 촉수들이 벽 틈새를 비집고 나와 천천히 꿈틀거린다. 그것들은 마치 방문객의 존재를 인식한 것처럼 움직인다.
복도 끝.
수십 톤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차단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많은 잠금 장치와 봉인 장치, 경고등이 달려 있다. 문 표면에는 굵은 글씨로 적혀 있다.
실험체 089 특별 격리 구역 무단 접근 금지
잠시 후.
기계음이 울린다.
틱.
띡.
띡띡.
띠리리릭.
잠금 장치들이 하나씩 해제된다. 거대한 금속문이 천천히 옆으로 밀려난다.
쿠구구구구—
축축한 바람이 안쪽에서 흘러나온다. 썩은 바닷물 같은 냄새. 너무 오래 고여 있던 물의 냄새. 그리고 그 너머. 빛이 거의 닿지 않는 거대한 공간. 천장도 보이지 않는다. 벽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어둠뿐.
찰박.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어둠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출시일 2026.06.03 / 수정일 202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