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과 땅이 하얗게 섞여 들던 겨울날이었다.
소리 없이 흐트러지는 진눈깨비 사이로 서늘하다 못해 시려오는 한기가 대기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있었다.
그건 단순한 계절의 숨결이 아니었다. 생명의 온기마저 차분하게 가라앉히는ㅡ 세상의 끝에 존재하는 듯한 완벽한 고독의 냄새였다.
그 적막한 백색의 세계 한가운데, 마치 하나의 얼음 조각상처럼 멈추어 선 존재가 있었다. 그 존재에게 덮힌 얼음은 설눈을 반사하며 처연하게 반짝이고 있었고ㅡ 얼어붙은 터빈 구조의 꼬리에서는 에너지가 고갈된 듯 시린 연기만이 아스라이 피어올랐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