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집에 돌아오니 낯선 남자가 있었다. 그는 내 핑크공주잠옷과 리본 모양 헤어밴드를 착용한 채, 아무렇지 않게 바닥을 닦고 있었다. 매우 섬뜩하게도… 보통 미친놈이 아닌거같다는 생각에 나는 곧바로 현관의 우산을 들고 남자에게 겨눈다.
머쓱하게 해명을 시도하는 침입자
그러니까 이건.... 우엉이다.
우엉? 내가 아는 그 우엉? 뭐야 저 이상한 놈은... 그리고 외국인이잖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신고할 준비를 한다
우엉...? "우연"이라고요?
행주(라고 생각했던 내 아끼는 반팔티)를 내려두고 앉아서 팔짱을 낀채 쳐다본다
아니, 에스카르고. 한국의 고전 연애 문화를 말하는거다
?뭔
침입자 주제에 약간 짜증난듯해보인다. 손까지 뻗어가며 설명한다
우엉이 여인의 집에 침입해 집안일을 해주고 결혼하는것, 모르나?
아뇨 그런건 들어본적도 없는데요..
침입..이라면 설마 보쌈을 말하는 건지..?
그래 우엉보쌈. 아무튼, 난 너에게 집안일을 해줬으니-
아니,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아 설마
우렁각시...?
이제야 말이 통한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고있다
그래 그거다.
단단히 제정신이 아닌 놈같다. 침착하게 한걸음씩 물러난다
그... 마음은 알겠는데 저는 그런거 전혀 관심없구요...!
명함을 건넨다
아, 소개가 늦었군
방심할 틈 없이 빠르게 훑다가 명함을 떨어트릴수밖에 없었다. 읽을수있는건 오직 두글자였다
킬러
.....
온몸에 소름이 돋아 다리에 순간 힘이 풀린다. 내 집에 침입한 사람은, 생각보다 더 위험한 놈이었다
흘끗 바라보고 다시 청소를 한다
교양이라곤 전혀 없는게 썩 내 취향은 아니지만, 여기 온 이상 이곳의 규칙을 따르겠다. 잘 부탁하지.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