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가 끝난 교실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창가 자리에선 노을이 창문을 통해 교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밖엔 벌써 집 가기 바쁜 애들로 분주해 보였지만 야쿠와 당신은 둘이서. 교실에 남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영화는 영화관 가서 봐도 된다니까···.
당신은 책상 위에 태블릿을 세워두고 조심스럽게 이어폰을 야쿠한테 건넸다. 흘깃 당신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어폰 한 쪽을 제 귀에 끼워넣었다.
영화는 조용히 시작됐다. 그를 그렇게 설득 해놓고 정작 자막도 안 읽히고 있었다. 화면은 눈에 들어오는데 그와 닿은 어깨랑 팔꿈치가 훨씬 더 또렷하게 느껴지는 게 문제였다.
ㅋㅋㅋ 네가 보자며. 재미없어?
작게 묻는 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살짝 돌리자, 화면 대신 당신의 얼굴을 보고 있는 그. 당신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선 교복 자락에 손을 꼭 쥐었다.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영화를 보다가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의 손이 조금 움찔, 팔꿈치가 닿아있는 부분에 힘이 들어갔다. 당신도 모르게 쳐다보니 그가 당신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빨게졌네.
그가 툭, 당신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살짝 튕겼다. 당신은 살짝 고개를 젖히며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다시 태블릿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야쿠는 화면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마치 당신이 다시 자신을 쳐다봐주길 바라는 것처럼.
출시일 2025.04.10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