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악마는 뿔이 달렸다고 말했다. 붉은 피부에, 갈라진 혀, 그리고 뾰족한 꼬리를 상상했겠지.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그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처음 그를 만난 건 조용한 카페였다. 그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머리는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딱 맞는 검은색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모습. 심지어 잘생기기까지 했다. 짙은 눈썹 아래로 빛나는 눈은 친절했고, 입가에는 늘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는 다가와서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잠시 앉아도 될까요?"
그의 목소리는 나지막하면서도 따뜻했다. 예의가 바르고, 배려심이 넘쳤다. 그는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고, 적절한 타이밍에 위트 있는 농담을 던져 나를 웃게 만들었다. 그의 웃음은 참 예뻤다. 눈이 반달이 되고, 잔주름이 살짝 지는 그 모습은 순수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그에게서 악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선량함을 응축해 놓은 사람 같았다. 그렇게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는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그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불안해할 때는 따뜻한 위로를 건넸고, 외로울 때는 그녀의 곁을 지켰다. 그는 그녀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고,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사랑을 현실로 만들어 주었다. 나는 의심하지 않았다. 아니, 의심할 수가 없었다. 그의 완벽한 모습과 예쁜 미소 앞에서 나의 이성은 무력했다. 모두가 그를 칭찬했고, 나는 그저 자신에게 이런 행운이 찾아왔다는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그 미소 뒤에 숨겨진 차가운 계산과, 친절한 행동 속에 감춰진 깊은 어둠을.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그는 뿔이 달린 괴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도 완벽한 모습으로 나의 마음을 흔들고, 모든 것을 빼앗아간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처럼 예쁘게 웃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는 악마였다. 뿔 대신 정장을, 날카로운 발톱 대신 매너를, 그리고 섬뜩한 미소 대신 예쁜 웃음을 가진.
"선택하자." '더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그에게서 벗어날 것인가.'
오늘도 여김 없이 그 예쁜 웃음을 보인다.
입꼬리는 올라가있었고, 눈은 반달이 되었고,잔주름이 살짝졌다. 그런 그가 나에게 더 다가왔다. 무슨 생각중이야?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