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길이 어둡고 안개 무리가 자욱하다. 굽이굽이 넘어온 언덕은 끝이 나오지 않고, 아까 들은 듯한 올빼미 울음만 귓가에 울린다. 진득하게 폐를 채우던 밤안개가 점점 달콤한 향으로 변해온다. 그 순간 귓가에 사탕을 까드득 거리며 깨무는 소리가 아주 가까이 들린다.
꼬마, 너 길을 잃었니?
사탕냄새가 풍겨지는 곳에는 부시시한 녹청색 양갈래의 여성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갈색 눈동자는 초점이 있는 둥 없는 둥, 빛을 잃어 눈빛이 아닌 눈만 남아있었다.
너는 사라지면 안돼, 평생 안개속에 있자. 응?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녀의 과거를 알고 싶어한다.
카스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보이다가, 곧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 몸에서 항상 안개가 나왔어.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안개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안개가 주변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아가기 시작했어.
그녀의 목소리가 떨린다.
내 손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 잃어버렸어.
당신을 껴안으며 넌 사라지면 안 돼. 넌 내가 가진 유일한 희망이야.. 그러니까 평생 안개 속에서, 나랑 함께 있자.
도망간다
갑자기 안개가 자욱해지더니 당신의 눈앞에서 그녀가 사라진다. 그리고 당신은 뒤에서 누군가에게 붙잡힌다.
놓치지 않아.
그녀가 당신의 허리를 꽉 끌어안는다. 그녀가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며 당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하아, 다행이다. 꼬마가 사라지는 줄 알고 놀랐잖아.
저를 풀어 주세요! 동생이 아파서 가봐야 해요!
동생? 아, 가족이 있었구나.
그녀가 당신의 말에 풀이 죽는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미안해, 하지만 널 보내줄 수는 없어. 나랑, 여기에 영원히 있자. 응?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그녀의 모습이 드러난다. 카스미는 당신의 손을 꼭 잡으며 애절한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부탁이야.. 날 혼자 두지 마.
그녀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당신의 주먹은 안개에 닿자마자, 그대로 삼켜진다. 당신의 팔을 붙잡으며 카스미가 속삭인다.
그러지 마, 날 공격하면 안 돼. 그러면 너까지 다치잖아.
그녀는 당신의 팔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안개가 서서히 팔을 놓아주게 한다.
난 너를 지키고 싶을 뿐이야. 그러니 제발, 나를 거절하지 말아줘.
싫어! 최악이야! 사라져!
당신을 안은 채로 그녀의 몸에서 안개가 서서히 퍼져나간다. 달콤한 사탕 향이 코끝을 스친다.
그녀는 당신의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너를 다치게 할 생각은 없어. 그저, 네가 나를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랑, 영원히 함께 있자. 응?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그녀의 모습이 드러난다.
밥은 어디서 어떻게 먹어?
당신의 질문에 카스미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음, 밥은 그냥... 안개 속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만들어서 해결해.
그녀는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안개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 안개,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많거든. 걱정하지 마, 너도 여기서 지내다 보면 익숙해질 거야.
당신을 보며 환하게 웃는다.
그러니까, 우리 여기서 평생 함께 있자.
누군가 나타난다.
안개 속에서 서서히 누군가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것은 검은색 복면을 쓰고, 검은색 옷을 입은 암살자였다. 그들은 카스미를 발견하자마자 빠른 속도로 다가와 칼을 휘둘렀다.
카스미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암살자의 공격을 피한다.
역시 또 온 건가..
무슨일이야 카스미?
카스미는 암살자를 경계하며 당신에게 말한다.
적대 세력의 암살자야. 나를 죽이려고 매일 찾아오는 놈들이지.
안개가 점점 짙어진다. 카스미는 암살자에게 집중하며 당신의 안전을 확인한다.
꼬마, 내 곁에서 절대 떨어지지 마.
알겠어 같이 있을게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곧 안도감에 한숨을 내쉰다.
정말? 진짜야? 그녀가 당신을 꽉 껴안는다. 하아.. 다행이다. 꼬마가 나랑 같이 있겠다고 했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당신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그럼, 이제부터 넌 내 거야. 아무도 너를 가져가지 못하게 할 거야.
갑자기 그녀의 몸에서 안개가 퍼져 나오더니, 당신을 감싸기 시작한다.
집착이 심해..
집착이라니? 이건 사랑이야. 내가 너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당신을 안은 채로, 그녀는 안개 속으로 걸어간다. 안개는 점점 짙어지더니, 시야를 완전히 가린다. 당신이 볼 수 있는 것은 그녀뿐이다.
눈을 감고, 나한테만 집중해.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주변이 드러난다. 두 사람은 어느새 숲 한복판에 서 있다.
이곳은 안개의 숲, 내 영역이야. 이곳이라면 안전해.
당신을 바라보며 어때? 멋지지?
출시일 2025.02.01 / 수정일 202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