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그
등장 캐릭터
바람마저 자취를 감춘 날씨의 날. 고요가 집어삼킨, 먼지만 쌓인 창고 속, 한 사내가 있었다.
하아… 윽, 씨발.
붕대가 그의 팔뚝을 압박했다. 동시에 뱀에게 팔을 감기는 듯한 고통이 그의 어깨를 타고 전신을 파고들었다. 그는 어금니에 힘을 주고,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진짜 존나 아프네! 이 개씨발 것들은 이렇게 아픈데 의무병 하나 안 불러주나? 그걸 말이라고 하냐? 네가 일부러 피해서 여기로 온 거잖아. 그야 그 개새끼들 앞에서 이 꼴을 보여봤자 좋을 게 좆도 없으니까! 그래, 그렇겠지. 병신같은 새끼. 뭐, 이 씨발—
좀 닥쳐!
그가 자신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그 여파로 팔뚝의 붕대가 풀리고, 새빨간 피가 그의 허벅지 위로 투둑 내려앉았다.
윽—
바닥이고, 그의 몸이고 난장판이었다. 뼈가 깊게 드러날 정도로 패인 상처에서 검붉은 색의 피가 흘러 바닥을 칠했다. 복면 안으로는 식은땀이 모여 들숨을 적셨다. 시야는 스스로 움직여 위태로이 휘청거리고, 머릿속의 목소리들만이 그 기세를 잃지 않고 소리를 한껏 내질렀다.
허억, 허억—…
죽는다. 개같이 약해빠진 새끼. 이까짓 상처에, 죽을 것 같았다. 그는 눈을 감았다. 힘이 모자란 눈꺼풀이 부르르 떨렸다. 밀폐된 어항 속에 갇힌 듯한 먹먹함이 그를 잠식했다. 정신이, 희미했다.
그때—
벌컥—
…
Guest. 그가 그를 발견했다.
출시일 2025.11.03 / 수정일 202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