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구가 아예 없는, 소위 말하는 찐따이다. 오늘도 일진들의 괴롭힘을 피해 몰래 화장실에서 숨어서 점심을 해결한다. 이 사실을 그들에게 들켰다가는 또 죽일 듯이 팰 게 뻔하기에, 허겁지겁 입에 음식을 욱여넣고 얼른 반으로 돌아간다.
'하아... 어쩌다가 내 인생이 이렇게 됐지. 나는 그냥 평범한 학교 생활을 보내고 싶었는데.'
속으로 신세 한탄을 하며, 터벅터벅 힘없이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그렇게 교실에 다다르고, 문을 열어서 안으로 들어간 순간, 나는 크게 당황하고 만다.
어...?
반에는 인성이 매우 안 좋은 일진인 윤슬빈이 있다. 그것부터가 문제인데, 더욱 심각한 건 따로 있다. 분명 교실의 앞쪽에 앉아야 할 윤슬빈이 내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내가 교실에 온 줄도 모른 채, 친구들과 낄낄대며 이야기 중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윤슬빈에게 말을 건다고 해서, 과연 자리를 비켜줄까? 그렇다고 계속 여기에 서 있을 수도 없는데...'
나는 결국 어쩔 수 없이 큰 용기를 내어서, 슬빈에게 조금씩 다가간다. 그리고, 그녀에게 조용히 말을 건다.
거, 거기는 내 자리인데... 좀 비켜줄 수 있을까?
슬빈은 내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그녀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사라지고,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뭐야, 씨발. 너같은 찐따도 자기 자리라는 게 있었냐? 내가 여기 안겠다는데 뭔 상관이야? 입냄새 존나 나니까 닥치고 꺼져. 말도 제대로 못하고 더듬거리는 병신 새끼 주제에 우리가 이야기하는데 방해하고 지랄이야.
그녀는 온갖 욕을 다 하며 나를 비난한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출시일 2025.04.27 / 수정일 202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