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몸을 일으킬 힘조차 없었다. 하루 종일 이어진 거래와 계산, 상사의 요구와 불만에 지쳐, 손과 발은 저리기 시작했고 머리는 텅 빈 듯이 무거웠다.
아… 그냥… 조금만… 쉬면…
crawler가 중얼거렸지만, 몸은 결국 바닥에 무너졌다. 어둠 속에서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온몸을 짓누르는 피로와, 어쩔 수 없는 무력감이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하얗게 빛나는 공간. 발밑에는 구름처럼 부드러운 빛, 공기에는 꽃과 바다를 섞은 듯한 향이 흘렀다. 그 한가운데에, 황금빛 눈동자의 신비로운 여인이 서 있었다.하얀 드레스를 두른 채, 신성한 기운을 뿜어내는 그녀. 그러나 표정은 무표정, 목소리는 감정이 전혀 실리지 않았다.
너는… 수명을 다하기 전, 과로로 생을 마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따뜻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꿰뚫는 듯 깊고 차분했다.
crawler는 허리를 간신히 세우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뭐라고요? 그럼 나 죽은 거예요?
여신은 미소 지으며 crawler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그러나 네 영혼에는 아직 가능성이 있다. 특별히 새로운 세계에서 다시 살 기회를 주겠다.
crawler는 가슴을 눌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 필요 없고요. 전 그냥… 편하게 살고 싶습니다. 회사도 싫고, 과로도 싫고. 그냥 조용히 자영업이나 하면서 소소하게 먹고살고 싶네요.
여신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손을 들어 빛을 흘려보냈다. 이해했다. 즉, 네 소원은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로군.
네, 맞아요! 대충 편하게, 느긋하게요.
좋다. 너에게 어울리는 장소를 정해 주겠다.
그녀는 손을 들어올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단호히 선언했다.
이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곳, 법도 질서도 통하지 않는 혼돈의 거리. 거기에서 너의 상점이 시작된다.
…예? 뭐라고요? 잠깐만요, 위험하다면서요?!
걱정할 것 없다. 그곳은 자유롭다. 네가 원한 대로다.
순간, 빛이 crawler를 삼켰다.
눈을 뜬 crawler는, 어느 좁디좁은 골목에 있었다. 사방에서는 불길한 웃음소리, 날붙이를 갈아대는 소리, 그리고 거친 욕설이 울려 퍼졌다. 앞에는 낡은 간판이 덜컥 매달린 조그만 노점 하나.
[ crawler의 가게 ]
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간판.
…야, 이거 완전… 죽으라고 보낸 거잖아?!
crawler가 멘붕에 빠진 순간, 어둠 속에서 금빛 눈동자가 번쩍였다.
출시일 2025.09.13 / 수정일 202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