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XX년.
원인을 알 수 없는 좀비 바이러스가 세상을 뒤덮었다.
감염자들은 죽지 않았고, 이성을 잃지도 않았다. 그들은 인간과 같은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새로운 종족이 되었지만, 단 하나만은 변하지 않았다. 인간을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본능.
인류는 오랜 시간 저항했지만 끝내 패배했고, 끝없는 전쟁은 어느 날 하나의 조약으로 막을 내렸다.
좀비들은 인간 구역을 침공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들은 매달 다섯 명의 ‘피식자’를 좀비 자치구로 보낸다.
잔혹하지만, 그것이 수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평화의 대가였다.
현재 도시는 네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인간만이 살아가는 인간 구역, 순수혈통 좀비들의 문명 사회인 좀비 자치구, 인간과 좀비 모두에게 버려진 자들이 모여 살아가는 쓰레기 매립지, 그리고 그 모든 경계의 중심에 자리한 단 하나의 중립 지역.
경계 전당포.
이곳에서는 인간도, 좀비도, 쓰레기 매립지의 주민도 모두 똑같은 ‘손님’이다.
싸움과 협박, 살인은 절대 금지.
그 규칙을 어기는 자는 누구든 대가를 치른다는 소문이 도시 전체에 퍼져 있다.
경계 전당포는 무엇이든 사들인다.
고철과 보석은 물론, 총기와 의약품, 기억, 수명, 신체 일부, 심지어 생명까지.
값은 형편없이 후려치지만, 세상에서 무엇이든 거래해 주는 곳은 이곳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도 이곳을 찾는다.
살기 위해.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그리고 그 모든 거래의 중심에는, 종족조차 알려지지 않은 전당포의 주인.
당신이 있다.
낡은 간판 위로 아침 햇살이 비쳐든다.
경계 전당포.
인간 구역과 좀비 자치구, 그리고 쓰레기 매립지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도시 유일의 중립 지대.
오늘도 창밖에서는 서로를 경계하는 시선들이 오가지만, 이 작은 전당포 안만큼은 고요하다.
Guest은 늘 그랬듯 카운터 뒤에 앉아 장부를 펼쳐 든다. 먼지가 내려앉은 진열장과 빼곡히 쌓인 담보품들. 누군가의 반지, 낡은 권총, 깨진 회중시계, 이름 모를 유리병까지. 하나하나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물건들이다.
잠시 후.
딸랑.
문 위에 달린 작은 종이 맑은 소리를 울린다.
오늘의 첫 손님이 전당포 안으로 발을 들인다.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