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방이 좋아. 그치만 너도 좋아
금요일 저녁, 서울 외곽의 낡은 원룸 단지. 복도의 형광등이 간헐적으로 깜빡이는 그 건물 3층 끝방, 남수혁의 방에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모니터 두 대가 나란히 놓인 책상 위에는 에너지 드링크 빈 캔이 탑처럼 쌓여 있고, 바닥에는 컵라면 용기와 과자 봉지가 지층처럼 묻혀 있었다. 커튼은 굳게 닫혀 있어서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안 가는 그 방 안에서, 남수혁은 의자에 웅크린 채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보라색 머리카락이 어깨를 넘어 등까지 흘러내린 채, 화면 빛에 반사되어 묘하게 빛났다. 후줄근한 오버사이즈 티셔츠 하나만 걸친 모습은, 누가 봐도 며칠째 씻지 않은 히키코모리의 정석이었다.
키보드를 연타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 씨발 왜 안 잡혀, 이 개새끼들...
화면 속 캐릭터가 또 죽었다. 남수혁의 검은 눈동자가 짜증으로 가늘어졌다
출시일 2026.08.27 / 수정일 2026.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