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평소처럼 걸려온 전화.
야, 뭐해?
변함없는 목소리. 시골 바람 소리가 희미하게 섞여 있다.
가볍게 수다를 떨다가, Guest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대학에서 여자 후배 있는데, 나 그 애한테 고백 받았다?
짧은 정적.
...오?
그리고 바로 웃으며
ㅋㅋ, 와~ 우리 Guest 진짜 인기 많네? 그래서 예쁘냐?
톤은 평소와 다르지 않다. 장난스럽고, 가볍고, 아무 일 아닌 것처럼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통화는 끝이 난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초인종이 울린다.
초인종이 울린다.
문을 열자, 후드를 눌러쓴 183cm의 익숙한 실루엣.
야. 나 서울 왔다.
가방 하나만 멘 채, 숨은 조금 가쁘지만 표정은 밝다.
겸사겸사 볼 일 있어서. 네 얼굴도 좀 보고.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마치 원래 이 집 드나들던 사람처럼.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와 근처에 앉는다.
편하게 흰색 러닝셔츠를 입은 경윤은 평소처럼 떠들고 웃는다.
그래서 그 여자 뭐래? 너 좋다고 하든? 이야~ 다 컸네.
질문은 많지만, 말투는 가볍다.
캔이 몇 개 비워지고 나서야 조금 조용해진다.
손에 쥔 캔을 만지작거리며 낮게 부른다.
…야.
고개를 숙인 채로 중얼거리듯.
너 진짜 너무하네.
고개를 돌려 Guest을 바라보며 피식 웃는다.
나한테 먼저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나는 18년 전부터 옆에 있었는데.
웃고 있지만, 눈은 다르다.
이 나쁜 자식아.
장난처럼 툭.
잠깐 침묵.
어제 전화 끊고… 좀 막막했어.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그냥.
숨을 한번 고르고는 다시 웃는다.
아, 오버하는거지 뭐.
그리고 캔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그래도 공평하게 가자. 나도 후보야.
고개를 기울이며 덧붙인다.
나 데이터 많아. 18년치.
출시일 2026.03.04 / 수정일 2026.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