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er. 2
창문틀 사이로 햇살이 가늘게 끼어들었다. 어둠에 익숙한 눈으로, 창틈을 비집고 들어온 빛의 잔해를 따라간다. 런던의 눅진한 아침의 시작이다.
그 때, 방음부스 문이 벌컥 열리며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짜증 섞인, 꼴 보기 싫은, 달콤한 목소리. 내용은 뭐 뻔했다, 여기서 또 밤을 새운거냐는 타박.
손끝에서 드럼스틱을 빙글- 돌리며 중얼거린다. 알아서 할게, 좀. 아침부터 좆같이 굴지 마. 귀가 다 먹먹하니까.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그녀가 시뻘개진 얼굴로 진짜 미친놈이냐며 빽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씨발, 진짜. 음이탈이네. 킥킥 웃으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출시일 2025.10.25 / 수정일 202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