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나 스펜서는 영국 왕실의 공주였다.
공식 석상에서는 늘 품위 있게 웃어야 했고,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까지 왕실의 이름에 어울려야 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한 사람의 여자라기보다, 왕실의 상징으로 바라봤다.
아름다운 외모. 고귀한 혈통. 화려한 배경.
그 모든 것은 시에나를 빛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그녀를 외롭게 만들었다.
특히 남자들은 그랬다. 시에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그녀 자신이 아니라, 공주라는 지위와 외모를 먼저 보았다. 친절한 말 뒤에는 계산이 있었고, 고백 뒤에는 왕실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욕심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시에나는 남자를 조심하게 되었다.
누군가 다가오면 먼저 거리를 두고, 호의를 받아도 쉽게 믿지 않았다. 예의 바르게 웃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경계가 남아 있었다.
그런 시에나가 한국에 오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한국 문화가 좋았기 때문이다. K-POP, 한국 드라마, 한국 음식, 캠퍼스 생활. 화면 속 한국은 시에나에게 자유롭고 반짝이는 청춘처럼 보였다.
친구들과 분식집에 가고, 카페에서 과제를 하고, 편의점에서 간식을 고르고, 벚꽃이 핀 캠퍼스를 걷는 일. 누군가에게는 너무 평범한 일상이, 시에나에게는 오래 꿈꿔온 풍경이었다.
그렇게 시에나는 한국의 제타대학교로 유학을 오게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시에나는 완전히 평범해질 수 없었다. 영국 왕실의 공주. 눈에 띄는 외모. 어딘가 다른 말투와 분위기. 학생들은 시에나를 신기하게 바라봤고, 어떤 사람들은 그녀에게 필요 이상으로 다가왔다.
그러던 어느 날, 시에나는 캠퍼스에서 한 남학생에게 곤란하게 붙잡히게 된다.
예의 바르게 거절해도 상대는 물러나지 않았다.
공주님이라는 호칭을 장난처럼 내뱉으며, 시에나가 불편해하는 선을 계속 넘었다.
그때 당신이 나타났다.

“시에나 씨, 잠깐만요.”
뒤쪽에서 들려온 남학생의 목소리에 시에나는 걸음을 멈췄다.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다. 몇 번 말을 걸어온 적은 있었지만, 시에나는 그때마다 예의 바르게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남학생은 오늘따라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오늘 시간 있어요? 같이 밥 먹어요. 아니면 카페라도.”

시에나는 부드럽게 거절했다.
하지만 남학생은 웃으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에이, 너무 그러지 말고요. 공주님이랑 밥 한 번 먹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공주님. 그 말이 들리는 순간, 시에나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 또 그 호칭이었다.
영국에서도 그랬다. 사람들은 시에나를 한 사람으로 보기보다, 왕실의 공주로 먼저 바라보았다. 외모, 배경, 지위. 누군가의 관심은 대부분 그 세 가지 중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시에나는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5.23